中 부동산 ‘봄날’ 올까…금리 인하 이어 PF에 5조원대 융자
시중은행 동원해 자금난 겪는 프로젝트에 유동성 공급
LPR 낮춰 주택 구매 수요 자극, 부채 증가는 리스크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하고 융자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는 개발업체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주요 도시 주택 구매 제한 완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맞물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나타낼지가 관건이다.
금리 낮추고 대출 늘리고…금융 지원 본격화
21일 중국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농촌개발부에 따르면 20일 현재 중국 내 57개 도시에서 162개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294억3000만위안(약 5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시했다.
중국 지방 정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융자를 신청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중 화이트리스트를 선별해 대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부채 부실화를 이유로 대출에 신중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출을 독려함에 따라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규모는 춘절 연휴가 지나고 113억위안(약 2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각 도시들의 대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춘절 이후 이뤄진 주요 융자 프로그램을 보면 이달 20일 샤먼시에선 퉁안 지역 바오롱 쉬후이 시티 및 오션뷰 프로젝트에 약 22억위안(약 4083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앞서 18일에는 후난성에서 24개 프로젝트가 은행으로부터 16억위안(약 3000억원) 안팎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는 중국 초상은행·산업은행·씨틱증권·상하이푸동개발은행·에버라이트 등은 부동산에 대한 금융 메커니즘을 가속화할 의사를 나타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주요 은행들이 승인한 대출 규모만 1000억위안(약 18조6000억원)이 넘는다.
부동산 지원을 위한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다고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 등을 평가한 후 대출 승인이 최종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출 승인 후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은 부동산 시장 회복에 맞춰졌다. 지방 정부들은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주택 구매 제한을 완화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1선 도시(인구 1000만명 이상)인 광저우시 일정 규모가 넘는 주택은 구매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고 상하이시는 독신도 시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했다. 규고가 큰 현급 도시인 쑤저우시는 주택 구매 제한을 아예 철폐했다.
20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주담대에 적용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다소 줄어들게 됐다.
연휴 기간 주택 거래 증가세…‘봄날’ 기대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주택 거래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인 베이커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 동안 중점 50개 도시의 기존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춘절 기간과 비교해 70% 이상 증가했다. 1선 도시는 3%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2선 도시와 3선 도시가 각각 98%, 6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이는 “올해 초부터 부동산 수급 정책이 계속 시행되고 수요 측면에선 1선 도시들의 주택 구매 제한 정책이 완화됐다”며 “공급 측면은 부동산 자금 조달 조정 메커니즘이 가속화돼 부동산 산업의 안정적인 회복을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현지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이 시작해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부진했던 신규 주택 거래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길고 길었던 중국 부동산의 겨울도 마무리되고 다시 봄을 맞는 걸까. 중국 경제 매체 더페이퍼는 “아직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조정 국면이고 관망세가 강하지만 춘절 거래 상황을 보면 정체됐던 주택 구입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봄철 계절적 특성과 9월 입학을 앞둔 이사 수요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인 상황에서 지방 정부와 부동산 업체들의 부채 급증 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리스크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주거용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을 늘리는 것이 목표지만 은행들이 해당 부문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어 자금이 가장 필요한 부실 개발업체들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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