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썩어가고 있는데 의사 없어"…구급차 타고 병원 8곳서 진료거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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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 1층 로비에서 A 씨는 사지마비 환자인 남편을 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A 씨는 남편이 입원 중인 재활병원으로부터 욕창이 심해 대학병원에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이어 도착한 을지대병원에서도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A 씨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남편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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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전공의 68.5% 사직…업무 개시 명령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다리가 썩어가고 있는데 의사가 없어서 치료가 안 된대요”
21일 오전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 1층 로비에서 A 씨는 사지마비 환자인 남편을 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A 씨는 남편이 입원 중인 재활병원으로부터 욕창이 심해 대학병원에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갔던 충남대병원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치료할 수 없다며 남편을 돌려보냈다.
이어 도착한 을지대병원에서도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A 씨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남편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졌다.
A 씨는 “병원에서 수술하면 소독해야 하는 기간이 있는데 지금 입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며 “원래 있던 재활병원에라도 치료해달라고 사정하는 중”이라고 울먹였다.
전국적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대전에서도 의료공백으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사례는 총 3건이다.
환자들은 경련, 목 부위 자상, 하반신 힘 빠짐을 호소하며 구급차를 탔으나 바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중 한 환자는 8곳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부족, 전문의 부재 등 이송 불가 사유는 다양하다”며 “아직은 구급 환자 이송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상황이 길어지는 경우에 대비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현했다.
아들이 목 부위에 자상을 입었다는 송 모 씨(62)는 수술실 앞에 쪼그려 앉아 아들의 회복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12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이제야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고 접수는 오후 9시 25분에 이뤄졌는데, 을지대병원을 포함해 총 5곳의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 을지대병원으로부터 다시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송 씨는 “상처가 손가락 한 마디가 좀 안 되는 깊이이고 다행히 동맥은 피했다고 한다”며 “밤새도록 언제쯤 진료를 볼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의사들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거냐. 파업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의료계,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대전 지역 병원 전공의 553명 중 379명(68.5%)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병원별로 충남대병원 136명(인턴 55명·레지던트 81명), 대전성모병원 53명(인턴 21명·레지던트 32명), 건양대병원 99명, 대전을지대병원 95명(인턴 21명, 레지던트 74명), 대전선병원 1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후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정상 근무를 촉구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병원·응급의료기관별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실시하고 업무개시명령 위반 시 행정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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