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李 '사천' 논란 계속…비명계 '하위 10%' 분노 폭발
현역 빼고 친명 넣은 '여론조사'에 '이재명 불참' 의총서 극대노한 의원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이 대표 공천 문제제기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2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재명 없는 이재명 규탄대회'를 방불케 하는 비명(이재명)계 의원들의 불만과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현역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의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당 원로들이 이 대표의 공천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등 당내에는 '이재명 리더십'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약 2시간이 넘는 토의를 이어갔다. 이날 의총에서는 지도부가 통합비례정당 관련 보고를 한 이후 오영환, 윤영찬, 전해철, 김상희, 송갑석 등 15명 의원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대부분 최근 현역 지역구 의원을 배제한 채 진행된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를 일례로 드는 등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전국적으로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업체가 지역구 현역 의원을 제외한 채 친명계 인사를 대상으로 '지역구 후보 적합도 조사'를 진행해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조사에서는 이인영 의원 대신 23호 영입 인재인 이용우 변호사, 홍영표 의원 대신 친명계 이동주 의원과 4호 영입 인재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송갑석 의원 대신 정은경 전남대 의대 교수에 대한 경쟁력을 물었다. 이후 당 지도부가 친명계 인사들을 공천시키기 위해 비명계 현역들을 사실상 '컷오프' 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홍익표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는 뜻을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의총 도중 자리를 빠져나가자 비명계 의원들은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알려졌다.
앞서 전날 비명계 의원들은 공천 과정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의총에서 항의하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의총에 불참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의 비판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윤영찬 의원은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역 평가 하위 20%) 송갑석·박용진·김영주 의원들이 같이 일했던 동료인데, 누가 봐서 그분들이 하위 10%냐(고 의총에서 얘기했다)"라며 "오늘 (이 대표에게) 할 말이 많았는데, 왜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여론조사는 보통 공천 전 의사결정을 위해 참고용으로 돌려보는 건데, 이번엔 과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당사자(현역)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를 좀 더 고려했어야 하는데 지도부가 이를 간과한 것이고 대응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전날에 이어 의원 평가 하위 10%를 통보받은 김한정·박영순·송갑석 의원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자신들이 '비명계'이기 때문에 하위 10%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경선을 통해 억울함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역 의원이 하위 10% 통보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은 앞서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에 이어 이번이 6명째다.
여기에 당 원로들도 당 지도부의 공천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며 당내 공천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주당은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의원 평가 20% 하위 통보를 받은 비명계 의원들은 향후 이 대표에게 '2선 후퇴(대표 사퇴)' 등을 요구하는 등 당 지도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엔, 개혁신당과 결별한 이낙연 전 대표 주도 하의 '새로운미래'로 탈당한다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관련해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21일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렇게 '막장 공천', '사천'을 하면 '이렇게 해서는 윤석열 심판을 못 하겠다'라고 민심이 흔들릴 거라고 본다. 그럼, 이분들은 (표심이) 갈 데가 없다"라며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아마 이분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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