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아닌 정식, 국내파 감독 선임 비중↑" 정해성 위원장, 차기 사령탑 논의 이제 '첫걸음'... 토요일 2차 전력강화위 예정 [축구회관 현장]
정해성(66)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은 21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 후 브리핑에서 "국내 감독 선임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번 감독 선임에서는 외부 압력이 없을 것이라 위원들에게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 경질 후 전력강화위를 전면 개편했다.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초석이다. KFA는 지난 20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한 전력강화위 11인 구성을 발표했다. 하루 만에 대부분 위원들은 축구회관에 모여 첫 회의를 진행했다.
KFA 관계자에 따르면 최초 오후 3시경 진행될 예정이었던 브리핑은 오후 4시까지 미뤄졌다. 오전 11시부터 이어진 회의는 오후 2시가 넘어 끝났다. 2차 회의는 금주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21일 전력강화위에는 고정운(58) 김포FC 감독, 박주호(37)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63)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52) 강원FC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61)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51)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총 9명이 참석했다. KFA에 따르면 박성배(49) 숭실대학교 감독과 이미연(49) 문경 상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다.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은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한국인 코치로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는 허정무(71) 감독의 수석코치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프로팀 감독으로는 K리그 제주와 전남을 지휘했다. 2017년에도 울리 슈틸리케(70) 전 감독의 대표팀에 중간 합류해 6개월간 대표팀 코치직을 맡기도 했으며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회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음 달 21일과 26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5-0)와 중국(3-0)을 연달아 잡으며 최종 예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다음은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회의 브리핑 및 일문일답.
-위원 선임 배경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축구계 인물 중에 사회 경험, 지도 경험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모셨다. 전문성도 검토했다."
"전력강화위는 오늘 1차 회의를 진행했다. 11명 중 2명이 불참해 총 9명이 참석했다. 현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의 자질과 요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첫째로는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꼽았다. 두 번째로는 선수 육성이다. 현재 대표팀의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경력이다. 지도자로서 대회 경험이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로는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이 추구하는 철학과 협회의 철학을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연령별 대표팀과 소통도 포함된다. 여섯 번째는 리더십이다. MZ세대 성향을 고려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관리형, 동기부여형, 권위형 등 다양한 리더십이 있다. 일곱 번째는 최상의 코칭스태프 선임 능력이다. 여덟 번째로는 성적을 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회의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논의할 것이다."
"3월 월드컵 예선에 앞서 임시 체제나 정식 감독을 고민했다. 정식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대표팀이 재정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6월까지 선임을 미루는 건 맞지 않다고 봤다. 현실적으로 임시 체제를 꾸리기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고 판단했다. 임시 체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신중한 선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월드컵 예선을 임시 감독으로 운영하기에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 봤다. 위원회 의견은 위원장을 단일 창구로 쓰자는 의견이 있었다. 감독 선임에 대한 의견을 지체없이 나누도록 약속했다."
"위원회에서는 두 사항 모두 열어 놓기로 했다."
-차기 감독 검토에 대해 8개 항목을 열거했다.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
"여덟 개 사항을 정리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자질로는 모든 것이 부합해야 한다고 봤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화해했다. 3월에 정상 소집하나.
"아침에 저도 소식을 들었다. 국가대표팀에서 10년 동안 코치 생활을 했다. 과거 두 선수의 행동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과 소식을 보고 우승을 한 것처럼 흥분되고 기뻤다. 그 두 선수를 뽑을지는 상황을 보겠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된 후 충분히 논의하겠다."
"신랄한 의견이 오갔다. '두 경기만 치를 감독이 나올까'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식 감독 선임에 비중을 둔 건 사실이다."
-K리그 현직 감독을 뽑을 계획이 있나. 아예 제외하는 건지.
"쉬고 있는 감독, 일을 하고 있는 감독 모두 후보에 올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3월 중순까지는 정식 감독을 선임하나.
"1차 회의를 마쳤다. 오늘은 인사차 모였다. 2차 회의에서 감독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위원들의 생각이 추합 될 것이다. 그때 감독들이 거론되지 않을까."
-최종 선임 시기가 늦춰질 수 있는 것인가. 의견이 바뀔 여지는.
"(상황이)바뀔 수는 있다."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 선수 명단은 어떻게 꾸릴 것인가.
"선임된 감독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선수 선발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진행하겠다."
-해외파 국내파 어디로 의견이 모였나.
"3월 예선 두 경기가 있다. 상황을 봤을 때, '국내 감독 선임에 비중을 둬야지 않나'라고 의견이 모였다."
-작업이 촉박할 것 같다. 감독 선임 접근 방식은.
"만약 해외 감독이 오면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국내 현직 감독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쉬고 계신 감독들도 이미 그 정도의 위치라면 충분히 전력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대표팀 선수 관리는(손흥민, 이강인).
"그 부분은 논의되지 않았다. 두 선수의 화해는 국가대표팀에 좋은 소식이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 회의에서 선수 관리는 거론된 게 없다."
"다들 아시다시피 시간이 촉박하다. 구단에 직접 찾아가서 결과가 나온 뒤 아마도 도움을 요청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석재 부회장이 정해석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미리 점찍은 듯했다.
"임원 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더라. '경험 있는 정해성 위원장이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만 나왔다. 의견이었다. 그 말씀 때문에 이런 중책을 맡게 된 건 아닌 것 같다. 이석재 경기도축구협회 회장의 개인적인 말이었다."
-선임 절차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사실 클린스만 선임 당시에는 저는 다른 쪽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언론상에서만 접했다. 전력강화위원장이 된 후 위원들에게 분명히 '이번 감독 선임은 거수로, 외부의 압력에 의해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원들 중 몇 명은 '가서 앉아 있을 것이면 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그 부분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한편 KFA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클린스만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택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정몽규(63) 회장의 성명서 발표 약 한 시간 전 클린스만은 이미 개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별인사를 남겼다. 클린스만은 "12개월간 13경기 무패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여정을 이어왔다. 한국이 앞으로도 파이팅했으면 좋겠다"라고 비아냥댔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난 뒤 클린스만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왔지만, 10일 미국으로 출국해 15일 2024 제1차 전력강화위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KFA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지휘봉을 뺏기기 전날 경질 소식을 미리 통보받았다.
두 사람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성명서 발표 당시 "클린스만 선임 과정은 전 감독(파울루 벤투) 때와 같았다. 기존의 시스템을 적용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2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최악의 결과만 낳았다.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탈락했고,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도 감독의 근무 태도 논란이 일어나는 등 잡음이 끊기질 않았다.
끝내 정몽규 회장도 클린스만호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클린스만은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 KFA는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 경기 운영과 근무 태도, 선수 관리 등 경쟁력이 부족했다"라고 시인했다. 전날 자문기관인 전력강화위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심지어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부진 책임을 선수들에게 물었다. 황보관(59) 기술위원장은 "클린스만은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망)의 갈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전술 패착은 인정하지 않았다"라면서 "대표팀 운영은 감독의 무한 책임이다"라고 꼬집었다.
영국 '더 선'의 독점 보도로 시작된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설은 결국 선수들이 직접 해명하고 풀었다. 21일 두 선수 모두 개인 SNS를 통해 사과 인사를 전했다. 특히 손흥민은 이강인의 행동을 감싸며 용서를 구했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 갈등설에 "시시비비를 따지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책임을 회피했고,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언젠가 해당 사건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돌렸다.
최우선 과제는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이다. 한국은 오는 3월에만 북중미월드컵 예선 두 경기를 치른다. 클린스만이 떠난 뒤 한국 감독직이 공석인 가운데 KFA는 전력강화위를 재구성하며 차기 지도자 선임에 박차를 가했다.
신문로(축구회관)=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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