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가상의 가상화폐’로 살펴본 스캠코인의 특징 [엠블록레터]
얼마전 넷플릭스에는 코인 사기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하나가 업로드 되었어요. ‘가상의 가상화폐(Bitconned)’. 가상의 가상화폐는 2018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한 센트라 테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온고지신이라고 하죠, 옛것을 익히면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익힐 수 있다는 말처럼 센트라 테크의 수법을 참고서처럼 살펴보면 최근 문제가되는 코인 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속이는 방법이 꽤나 비슷하거든요. 그럼 승아와 함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가상의 가상화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시죠🙌
레이 트라파니는 어린 시절부터 어떤 방법을 쓰든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범죄일지라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죠. 그 말을 증명하듯 레이는 당시 자신이 살던 지역에 만연하던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처방전을 조작해 약을 다량 구매한 후,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요. 마약을 팔며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차에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맙니다. 더이상 옥시코돈으로 돈을 벌수 없게 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인 렌트카에 눈독을 들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마이애미 이그조틱스’라는 회사를 차려 고급 수입차량을 빌려주는 사업으로 큰 돈을 만지게 되었죠.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그 이상으로 씀씀이가 커집니다. 급기야 동업자는 법인카드로 약 250만원에 달하는 애완견까지 구매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그는 렌트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할아버지, 엄마, 누나 등 가릴 것 없이 온가족의 돈을 빌렸지만 모두 유흥으로 탕진해버렸습니다.
센트라 테크는 ‘만약 비트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번거로운 절차 없이 현실에서 바로 쓸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센트라 테크의 핵심은 ‘센트라 카드’였습니다. 사람들이 본인이 소유한 가상자산을 식당, 편의점 등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직불 카드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죠. 복잡한 과정없이 가상자산을 바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센트라카드는 혁신적인 개념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외하고 기술력도 라이센스도 심지어 법률 자문을 해줄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건실한 사업가인 척 속이는 것은 간단했죠.
그들은 링크드인에서 하버드에 다녔다고 학력을 위조하고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금융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허위로 기재했습니다. 심지어 구글에서 한 노년 남성의 사진을 도용해 만든 가상의 인물을 금융에 정통한 CEO라고 속입니다. 패기어린 젊은 청년의 사업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을 더욱 철저히 속이기 위해 백서도 만들었습니다.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백서를 베껴 회사명을 센트라 테크라고 바꾸니 백서도 뚝딱 완성됐죠.
이후 유명인을 홍보모델로 내세워 사람들의 소외 공포증, 즉 포모(FOMO)를 자극한 후 가상자산 공개(ICO)를 했습니다. 가짜 사이트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 놓으니 센트라 코인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금융에 금자도 모르는 렌트카 업자에게 2500만 달러가 생긴 거예요.
두번째, 메이웨더와 DJ칼리드 등 유명 연예인 섭외입니다. 클리프 하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모이는 액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센트라 테크는 유명인을 앞세운 마케팅을 추진합니다. 이때 섭외된 것이 한창 주가를 달리던 복서 메이웨더. 메이웨더는 그들에게 광고비로 센트라 지분과 현금을 받고 센트라 카드 시연 영상에 출연했습니다. 광고 촬영을 위해 가짜 앱도 개발했다네요🤥
그는 트위터에 광고 표기도 없이 센트라 카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죠. 이후 DJ칼리드도 섭외해 ICO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요. 레이는 다큐멘터리에서 메이웨더가 빠르게 돈을 벌기를 원했지만 적당히 멍청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회상하더군요.
시간이 지난 후 이들의 문제가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한 기자가 집요하게 그들을 취재하기 시작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이트의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에 투자자들이 요동치기 시작했죠. 심지어 센트라를 추천했던 크립토 전문가 클리프하이가 AI 봇의 오류를 발견해 센트라 테크의 공동 창립자이자 CTO였던 소랍 샤르마와 라이브 방송을 제안했는데요. 라이브 방송을 켜자마자 소랍 샤르마가 “우리는 스캠이 아닙니다”라는 레드 플래그 같은 발언과 함께 센트라 테크의 사업에 대한 질문을 모두 회피하며 스캠 의혹이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매일매일 날뛰는 커뮤니티를 입막음하기 위해 일부에게는 돈을 주면서까지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죠. 이때 마지막 행운이 찾아옵니다. 한국 투자기업 비셋(Bisset)이 등장해 센트라 테크 지분의 30%를 매수하고 싶다 제안한 것이죠.
비셋은 선금으로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한국에서 사업성을 입증하면 잔금을 치르겠다 제안했죠.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그들은 소랍 샤르마를 한국으로 보내고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는 더 정교한 가짜 앱을 개발합니다. 소랍 샤르마는 비셋과 파트너십 체결 영상과 인터뷰 영상도 촬영하죠. 그리고 비셋 관계자 앞에서 그들의 앱을 시연합니다. 앱이 먹통이 되어버렸지만 비셋은 15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고 시연 영상 조작에도 동참했습니다. 이후 센트라는 한국에서 엔퍼와 함께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고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레이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센트라 테크 이전에도 매일 마약에 찌들어 살던 레이 트라파니는 재활원에 13번이나 다녀온 후 11건의 중죄에 대해 구금일수로 징역이 대체되었죠. 감옥살이 한 번 없이 형을 선고받은 지 두달 후 그는 집을 샀고요.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교제 한달만에 아이를 임신해 결혼도 했습니다. 판사는 피해자들에게 29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으나 2023년 8월까지 투자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레이는 수많은 범죄 이력에도 불구하고 자칭 사업가 기질을 적극 발휘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50%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요. 이렇게 다큐멘터리의 막이 내립니다. 현실이 꽤나 씁쓸하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이 7월로 성큼 다가왔으나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의 경우 주식처럼 거래소의 가상자산 공개가 불가능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에서 발행하거나 상장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역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해외 법인의 경우 규제와 처벌이 꽤나 복잡합니다. 실제로 재판까지 가더라도 최종 판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고요.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의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인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 중 한 변호사가 칼럼에 기고한 내용 중 일부를 변형해 소개해볼까해요. 첫번째, 원금을 보장하는 경우 의심해보세요. 자고로 투자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인데 원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습니다. 특히 정보에 취약한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경우 이런 허황된 발언에 넘어가기 쉬우니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두번째,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홍보 내용과 실제 내용이 맞는지 알아보세요. 가상의 가상화폐에서도 언급되었듯 비자, 마스터카드 등 유명 기업이 코인 프로젝트와 파트너쉽을 체결했다거나 협업사라고 속여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곳에 연락해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세요. 관계가 있을지라도 사실을 부풀려 기재하는 경우가 많으니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해당 기업이 코인이나 NFT 프로젝트와 협업한 내용이 공식 홈페이지나 기사, SNS에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세번째,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을 앞세운 프로젝트일지라도 핵심 운영주체의 이력을 잘 살펴보세요. 대게 코인이나 NFT 프로젝트는 유명인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거나 CEO나 CTO등이 근무했던 회사의 이름을 앞세우는데요. 그들의 이력이 믿을 만한 것인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와 직책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특정 산업군에 종사했다던가 단어를 포장하는 경우도 조심해야합니다. 가령 과거에 중고폰을 판매한 사람이 삼성 리세일 파트너 등으로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기도 합니다. 일부 코인 운영주체는 운영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거나 개인인지 법인인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런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일부 프로젝트는 평소 가상자산과 NFT 등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유명인들이 갑작스럽게 홍보대사나 프로젝트의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마치 센트라 테크를 갑작스럽게 찬양한 메이웨더나 DJ칼리드처럼요. 유명인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사람을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그들의 유명세를 믿지 마세요. 그들은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마케팅을 위해 홍보목적으로 일시적으로 기용된 것 뿐이라는 변명과 함께 발을 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유명인이 자기 이름에 먹칠하는 짓을 하겠어?’라는 믿음으로 투자를 감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그들의 얼굴이 무단으로 도용되었을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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