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천’에 ‘비명계’ 뭉쳤다…제2의 ‘원칙과상식’ 등장?
연쇄 탈당 가능성도…이재명, 의총 ‘불참’하며 맞토론 무산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이른바 '비(非)명횡사' 공천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현역 '하위 평가'를 받은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천 학살'이란 주장이 잇따르면서다. 이재명 대표에 맞서 비명계 의원들이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지난 '원칙과상식' 의원들의 연쇄 탈당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당내 갈등의 발단은 복수의 지역에서 비명‧친문(親문재인) 의원들이 배제된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였다. 지난 주말 사이 홍영표·이인영·송갑석 등 현역 비주류 의원들을 배제한 여론조사가 실시된 사실이 속속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측근 몇몇이 공천 관련 논의를 위해 이른바 '밀실 회동'을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반발은 가중됐다.
당 차원에서 현역 하위 평가 결과를 통보하면서 공천 학살 논란에 더욱 불이 지펴졌다. 19일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시작으로 20일 박용진·윤영찬 의원, 21일 송갑석 의원까지 하위 10% 또는 하위 20% 결과를 받아들자 '이재명 사당화'라며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공천에서 이들은 배제하는 듯한 모습이 누적되자 이들은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 홍영표 의원실엔 비명계 의원 7명이 비상 회의를 갖기도 했다. 홍 의원은 회의 후 "공천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비정상적 상태가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날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공천의 불공정성을 한 목소리로 비판할 계획도 내비쳤다.
21일 열린 의총에선 총15명의 의원들이 자유발언을 했다. 대부분 공천의 불공정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총선) 상황을 상당히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나 하위 평가에 대해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돌연 불참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의총이 시작되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비명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영찬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에게 "(현역 평가 하위 통보를 받은) 송갑석·박용진·김영주 의원과 다들 함께 일했던 동료인데 어딜 봐서 이분들이 하위 10%냐(라고 얘기했다)"며 "할 말이 많았는데, 왜 이 대표가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물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또한 비명계 학살은 결단코 없다며 '시스템 공천' '공정 공천'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천을 둘러싼 반발은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이날 이 대표가 사실상 허심탄회한 대화마저 회피하면서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행동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이재명 대표 2선 후퇴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하며 이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일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현재로선 선을 긋고 있는 '탈당'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이 대표 '사당화'를 비판하며 끝내 당을 떠난 '원칙과상식'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탈당 기류를 보일 경우, 이준석 대표와 결별을 택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측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이미 새로운미래 측은 전날 홍영표 의원과 만남을 가진 데다,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내 하위 평가 의원 일부와 연락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도 움직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하위 평가를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의원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우회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거세지는 공천 잡음에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당 원로들도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선대위 참여 등 당의 총선 지원 요청을 거부할 것을 시사했다. 두 전직 총리는 앞서 지난해 '원칙과상식' 의원들의 탈당이 가시화되자 각각 이 대표를 만나 당의 단결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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