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학살'에 등 돌린 친문 집결 중…집단 탈당까지 갈까

의총서도 거센 항의…친문계 "진상 파악 후 책임 물어야"
이낙연 신당행 주목…분당 수준 집단 행동 가능성은 낮아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가 '공천 학살' 현실화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문계는 단체 행동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집단 탈당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야권에 따르면 홍영표 의원을 주축으로 일부 친문계 의원들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홍 의원은 친문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의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 논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고 알려진다.

이번 비공개 만찬을 두고 친문계가 집단 행동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은 홍영표 의원을 겨냥 "당헌·당규 등 시스템 자체를 왜곡하고, 총선 패배를 운운하는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이자 분열행위"라며 "'친문 좌장'이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의원들을 부추기고 집단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친문계 탈당 가능성에 있다. 친문계가 대거 탈당한다면, '분당 참사'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친문계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공천 불공정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은 의총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 돼선 안 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통해서 총선을 승리하는 공천이 돼야 된다"며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문계가 집단으로 탈당하면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새진보연합·진보당과 합세해 민주당 중심의 지역구 후보를 내고 반윤연대로 총선을 치르는 전략에 차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탈당한다면,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신당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미래는 이준석 대표가 주도한 개혁신당과 통합하기로 합의한 지 11일 만에 파기하며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으니, 명분이 없지도 않다.

다만 정치권은 분당 수준의 친문계 탈당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간 통합을 강조해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이재명 대표에게 "무엇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고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문 전 대통령이 친문계가 탈당한다는데 박수를 치기엔 정말 쉽지 않다"며 "탈당한다고 해서 성공하기도 어렵다. 일부 탈당할 수도 있으나, 당이 쪼개질 정도의 분당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9일부터 하위 10~20% 평가을 받은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를 진행 중이다. 하위 20% 안에 들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에 반대한 4선 중진 국회 부의장 김영주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고, 재선 박용진 의원은 재심 신청을 예고했다. 초선 윤영찬 의원, 재선 송갑석 의원은 불공정성을 짚으며 경선에 참여키로 했다. 하위 20% 현역은 대부분 비명계라 당내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