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웅진식품 최대주주 퉁이그룹, 십수년 물린 장외개미 주식 사준다... 매각 사전작업 관측

배동주 기자 2024. 2.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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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이그룹 카이유인베, 소액주주 지분 매입
1주당 2300원 책정… 신한투자증권 주관
2019년 인수 당시 주당 인수가 절반 이하
그래도 비상장사 소액주주에겐 주식 처분 기회

대만의 투자전문회사 카이유인베스트먼트(KAI YU)가 웅진식품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섰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새 주인에 올라선 지 5년여 만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추가 매수해 약 90%로까지 지분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가격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소액주주들에겐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상장사가 아니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팔 기회가 없었다. 지난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소외됐다.

물론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소액주주들을 위하고자 장외매수에 나선 것은 아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최대주주의 지분 저가 매입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의 장매수 가격은 2019년 인수 당시 주가의 절반에 그친다.

◇ 웅진식품 대주주, 전체 지분 중 10% 장외매수 추진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이유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소액주주들이 소유한 웅진식품 주식 656만9938주에 대한 장외매수를 결정했다. 비상장 기업인 웅진식품 발행주식 총수의 10%이자,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1283만2351주)의 51%가 넘는 물량이다.

웅진식품 초록매실. /웅진식품 제공

매수가격은 주당 2300원으로 책정됐다. 장외매수 사무 취급을 맡은 신한투자증권이 동서, 롯데칠성음료 등을 비교 기업으로 상대 가치 평가를 진행, 1주당 가치를 2200원으로 산정한 후 여기에 약 4%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오는 23일까지 청약, 27일 매수 예정이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는 대만 최대 식품·유통기업 퉁이(유니프레지던트)그룹의 투자전문회사다. 지난 2019년 3월 국내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로부터 웅진식품 지분 74.5% 전량을 인수하며 새 주인에 올랐다. 당시 4910만2523주를 주당 약 5295원, 총 2600억원에 인수했다.

웅진식품은 웅진그룹이 1987년 동일산업을 인수해 상호를 바꾸면서 탄생했다.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놨지만,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부도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매각됐다. 이후 한앤컴퍼니, 카이유인베스트먼트로 두 번의 손 바뀜을 거쳤다.

웅진식품 측은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장외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 카이난인베스트먼트(KAI NAN) 등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이 79.32%로,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잇단 M&A에도 외면받았던 소액주주... 주식 처분 기회?

시장에선 그동안의 M&A 과정에서 소외됐던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웅진식품은 과거 웅진그룹 계열사로 있을 당시 임직원과 대리점주 등에 주식을 부여, 비상장사임에도 작년 말 기준 전체 주식의 20%가 소액주주 소유다. 적지 않은 소액주주가 주식 보유기간이 10~20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도 과거 한앤컴퍼니가 2013년 9월 인수 이후 진행한 4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하자 이를 최대 주주였던 한앤코에프앤비홀딩스로 임의 배정하면서 줄었다. 이전까지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37.8%에 달했다. 절반가량이 희석됐는데도 20%의 지분이 소액주주 몫인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그러나 탈출 기회가 없었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는 웅진식품을 인수할 당시 주당 5295원에 최대 주주 지분만 인수했다. 상장이 아니면 매각 기회도 잡을 수 없는 소액주주 지분의 처분 기회가 약 5년 만에 생긴 셈이다.

다만 업계에선 카이유인베스트먼트의 이번 장외매수가 향후 지분 매각 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인수 이전 223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3000억원을 눈앞에 둘 정도로 외형이 커졌지만, 매수가격은 인수 당시 주당 매입 가격의 절반 이하여서다.

그래픽=정서희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장외매수로 주당 2300원에 656만9938주 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은 90% 이상으로 늘고 5년 전 경영권 지분 인수 당시 5295원이었던 주당 매입 단가는 4942원으로 내려간다. 인수 당시 주당 가격에 매각해도 현재 지분 기준 300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 추진 영향도” 관측

최근 정부의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 추진도 카이유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추가 인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소액주주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인수인에게 지분을 팔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로,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장외매수로 싼값에 미리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소액주주의 장외매수 참여 여부로 쏠리고 있다. 의무공개매수 대상 물량을 100%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는 공개매수 물량이 ‘50%+1주’로 굳어진 분위기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간 경쟁으로 주식을 원하는 만큼 처분하지 못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장외매수 참여 관심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소액주주들의 장외매수 청약 신청이 많다”면서 “웅진식품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장외시장에서 웅진식품 주가가 여전히 2000원 이하에 머물고 있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웅진식품은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새 주인에 올라선 이후 외형이 커지고 있다. 해외 진출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2018년 2230억원이었던 연결 매출은 2022년 2958억원으로 4년 만에 33% 가까이 늘었다. 작년 매출은 3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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