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로 옮겨간 한강의 기적 DNA[포럼]

2024. 2. 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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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대만 TSMC의 구마모토(熊本) 반도체 공장을 오는 24일 준공한다고 한다.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은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속도전 결과이다.

더구나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크고 복잡한 경제 규모로 인해 일반적으로 혁신 탄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최선진국 일본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도체 속도전을 펴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우리의 현실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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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국가자산관리연구원 원장

일본이 대만 TSMC의 구마모토(熊本) 반도체 공장을 오는 24일 준공한다고 한다.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은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속도전 결과이다. 애초에 ‘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례적 규모인 4760억 엔(약 4조2300억 원)의 보조금을 들여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공사로 3년을 앞당겨 20개월 만에 끝낸 초고속 준공이다. 평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신중 마인드의 일본이 아닌가. 더구나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크고 복잡한 경제 규모로 인해 일반적으로 혁신 탄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최선진국 일본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도체 속도전을 펴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우리의 현실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15년 전 필자는 해외 유명 유적지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 유적지 일부는 복원 공사 중이었는데, 현지 가이드는 이 현장이 10년째 공사 중이고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해 주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필자가 방문하기 수개월 전에 건설회사 사장 두 분이 그 유적지를 방문했고, 가이드의 똑같은 설명을 들은 뒤 서로 귓속말로 이러더란다. ‘이거 3개월이면 충분한 공사다!’

과거 1970, 198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대한민국 고속 성장에 대해, 많은 해외 전문가들은 그 비결의 하나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성질 급한 국민성’을 꼽는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엄청난 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끈 가공할 만한 추진력도 ‘일부터 저지르고 보는 적극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나라를 그토록 짧은 시간에 경제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물불 안 가리는 무서운 추진력이야말로 그 어떤 천연자원보다도 강력한 자원이자 무기임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의 그 강력한 자원이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송전탑 △냉각수 △쓰레기 처리장 △원자력발전소·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분뇨처리장에 대한 반대 등 지역이기주의(님비·NIMBY) 현상으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고, 그 해법도 녹록지가 않다. 또, 각종 인허가 규제 등으로 국내 단지 조성도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속도전 산업이다. 그만큼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첨단 기술 및 시스템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산업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정부도 반도체 산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책과 규제 개선을 약속하지만, 현 국면에 위기감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규모 투자 유치 등 풀어야 할 산적한 숙제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하면 전 세계의 선진 강국들이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과거 숱한 경이로운 산업 발전의 속도 신화를 써내려갔던 우리가 이웃 나라 일본의 속도전 사례를 보면서 부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래 우리에게 내재해 있던 가공할 만한 스피드 유전자(DNA)를 일깨워주는 좋은 주사를 적시에 맞았다는 기분이 든다.

김수욱 국가자산관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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