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과 김고은, 장재현 감독의 성공적 만남, '파묘'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4. 2. 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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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사진=쇼박스

'파묘'는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한국 영화계에 오컬트 장르로 한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작품 아닌가. 그가 벌인 거대한 굿판에 소환된 배우는 무려 대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다. 이들의 연기합이 궁금해서라도 극장으로 달려갈 지경. 무엇보다 장례식을 다녀오면 소금을 뿌리고,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면 '묫자리를 잘못 썼나' 고민하는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무속신앙 정서를 정통으로 들여다본다는 데 기대가 크다.

의뢰를 받고 미국 LA에 사는 밑도 끝도 없이 부자인 가족을 만나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 박지용(김재철)을 만난 화림은 '묫바람'(묫자리를 잘못 써서 후손들에게 불운이 닥치는 일)이라 진단하며 조부의 묘를 이장할 것을 권한다. 박지용은 거액을 주고 파묘(破墓: 관이나 유해를 꺼내려고 무덤을 파헤치는 행위)를 의뢰하고, 화림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대통령 염도 맡는 베테랑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강원도 고성 어느 산꼭대기에 위치한 박지용 조부의 묫자리는 상덕의 표현으로 "악지 중의 악지"다.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는 상덕은 의뢰를 거절하지만, 아픈 자식을 위해 간곡히 호소하는 지용과 대살굿(돼지나 소 등을 제물로 바치는 타살굿과 비슷한 형태로 영화를 위해 창작한 단어)을 제안하며 설득하는 화림으로 인해 파묘가 진행된다. 개관하지 않고 관째 화장해 달라는 주문에 따라 파낸 관은 화장터 전 잠시 병원을 거치는데, 이때 관이 열리게 되면서 나와서는 안 될 것, "겁나게 험한 것"이 나와버린다. 

사진=쇼박스

'파묘'는 악지에 묻힌 관을 옮기고, 이후 관이 열리며 일어나는 사건들을 6장으로 나눠 전개한다. 풍 수지리, 음양오행, 굿, 동티, 장례 관습, 혼령과 정령, 도깨비불 등 전통 무속신앙 및 토속적 소재들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러한 소재와 조상의 묘를 잘못 써서 후손에게 불운이 닥친다는 설정은 이물감 없이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린다. '검은 사제들'의 카톨릭 구마 의식이나 '사바하'의 불교에서 파생된 밀교도 대중문화에서 자주 다뤄진 만큼 거리감 있는 소재는 아니었지만, '파묘'는 그보다 더 한국인의 과거와 현실과 맞닿은 문제를 다루며 몰입감을 키운다. 

'파묘'는 134분의 러닝타임 동안 깨지지 않는 몰입감을 자랑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하여 10여 차례 넘는 이장에 참여하는 등 장재현 감독의 꼼꼼한 취재력이 그의 연출과 시너지를 빚는 형국.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전달하는 로케이션과 오픈 세트도 몰입감에 한몫한다. 박지용 조부의 묘가 위치한 산은 하나의 공간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경기도 파주, 강원도 고성, 춘천, 원주, 충청도 충주, 당진, 전라도 무주, 경상도 부산까지 전국 각지의 다른 공간을 나누어 촬영한 후 한 공간인 듯 연결시킨 것. 1200평에 달하는 세트장 부지에 2미터 넘게 흙을 쌓아 올리고 50그루의 나무를 추가로 옮겨 심어 구현한 음산한 묘 터도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사진=쇼박스

다만 중반 이후 등장하는 "겁나게 험한 것"의 존재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와서는 안 될 것의 존재와 묫자리에 얽힌 비밀이 파헤쳐지면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건드리고, 이로 인해 영화의 장르가 다소 바뀌는 듯한 인상도 풍기기 때문. 전작 '사바하'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다 직접적인지라 이에 관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영화의 후반부가 보다 쫄깃할 수도, 혹은 예상 외의 분위기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 오컬트 장르지만 툭툭 선보이는 코미디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도하기도 한다(웃음 타율은 높은 편).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선보이는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김고은은, "김고은은 진짜 이번에 장난 아니었다.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라며 극찬한 최민식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입증한다. 대살굿 장면에서 신들린 듯 돼지에 칼자국을 내며 칼춤을 추는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 또한 스피닝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관리하고,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굿에 임하는 MZ세대 무당의 모습도 무리없이 어우러진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에 출연하는 최민식은 묫자리의 흙을 맛보며 땅을 살피는 풍수사 상덕을 특유의 형형한 눈빛으로 구축해내는데, 클라이맥스까지 분위기를 팽팽하게 잡아주는 건 최민식의 힘이 크다. 터질 듯한 긴장감 와중 자연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주는 유해진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파묘'가 장편 영화 데뷔작인 이도현의 신들린 빙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15세 관람가, 2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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