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파묘' 최민식이라는 대지 위 신명 나게 칼춤 추는 김고은이라니(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신명 나는 연기와 확장된 오컬트 세계관이 한데 어우러져 제대로 된 굿판이 펼쳐졌다. 자손 대대로 천수를 누릴 명당을 위한 파묘가 아니다. 민족의 가슴 깊은 곳에 서린 한 맺힌 살풀이 칼춤이 2월 극장가 화끈하고 강렬하게 찾아왔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제작)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먼저 '파묘'의 이야기는 이렇다. MZ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한국계 미국 재벌의 의뢰로 집안의 장손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기이한 병의 근원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바로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이 됐고 그 묫바람이 미국에 있는 아들과 그 손주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것. 화림은 선대의 묫자리를 파묘하길 권했고 재벌이 파묘를 결정한 뒤 이를 도울 전문가들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파묘'의 서막이 오른다. 화림의 말대로 선대의 묘는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 중의 악지. 이름 없는 묘비부터 음기 가득한 땅, 여우의 등장까지 묘자리가 될 수 없는 그곳에서 마침내 파묘를 시작,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오면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검은 사제들'(15) '사바하'(19)를 통해 견고하게 세계관을 구축하며 'K-오컬트' 장인으로 등극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파묘'는 감독이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한 '파묘'는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으로 오컬트 호러 영화의 공포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보는 이의 숨통을 조여온다. 거울, 그림자 등 장재현 감독이 곳곳에 심어 둔 이스트에그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단 잘 못 된 조상의 묫자리로 인한 집안의 화를 표현한 공포가 전부가 아니다. 악지 깊은 곳에 묻어둔 아픈 역사를 파고 또 파고들며 민족의 혼까지 위로하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전반부의 '험한 것'은 예고편에 불과, 후반부에 진짜 '험한 그것'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다만 CG를 최소화한 험한 것의 본격 등판에 호불호가 생길 수는 있다.
장재현 감독이 짠 파묘 위에서 제대로 굿판을 벌인 '연기의 신'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앙상블도 상당하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완벽히 변신해 음기 가득한 스산한 스토리에 화끈한 양기를 불어넣으며 균형 있는 조화를 만들었다. '파묘'의 기둥이 된 최민식은 영화 전반 묵직한 지반을 다지고 유해진은 쉴 틈 없이 조여오는 전개에 이따금 숨 쉴 수 있는 쉼표를 찍어준다. 혈기 왕성한 MZ 무당 김고은과 이도현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 기가 막힌 원펀치를 날린다. 과학과 미신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파묘'도 그저 그런 오컬트에 그쳤을 것. 장르적 재미, 연기 보는 맛이 파도 파도 끝이 없다.
특히 '파묘'에서 김고은의 변신은 그야말로 압도적, 나아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만 봐도 금기와 파격을 넘나들며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었던 김고은인데 이번 '파묘'에서도 역시나 신들린 연기로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대배우' 최민식마저도 '저러다 뭔 일 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살굿을 완벽히 소화한 김고은. 대살굿을 시작하기 전 신을 접신하는 작은 디테일부터 클라이맥스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파묘'의 백미, 진수 중 하나다. '뭣이 중헌지' 제대로 아는 영특한 배우 김고은은 대살굿 장면에 영혼을 간 열연으로 관객의 티켓값을 확실하게 보상한다.
이렇듯 '파묘'는 이장,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로 위용을 드러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보다 더 확장되고 신박한 소재는 물론 '연기 신'들의 볼 맛 나는 연기 차력쇼까지 더한 진득한 한국형 오컬트로 간판을 내 건 '파묘'가 초토화된 한국 영화 시장에 재기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파묘'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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