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현금부자만 집 사겠죠” 스트레스DSR 시행 앞두고…연초 주담대 5조 급증[머니뭐니]

입력 2024. 2.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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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銀 주담대 잔액 5조원 ↑
스트레스 DSR 오는 26일부터 시행
지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과 상가 임대 등 현황이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홍승희 기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연초 주택담보대출잔액이 5조원 넘게 급증했다. 추진 계획을 밝힌 지난해 4분기에도 주담대 잔액이 15조원 규모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넉달 안팎에 집을 사려고 빌린 돈만 20조원이 넘는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도 주담대 잔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앞으로 대출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대출 실행 시 미래 금리변동 위험까지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스트레스DSR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금융사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스트레스DSR이 시행되더라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의 25%만 적용하는 등 급격한 대출한도 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완충장치가 작동되지만,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스트레스 DSR 오는 26일 시행…최대 수천만원 한도 줄어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534조8941억원으로, 전년 말(529조8921억원) 대비 5조20억원(0.9%) 증가했다. 지난달 말(534조3251억원)과 비교해서도 약 2주만에 5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연초 주택담보대출이 이처럼 늘어난 건 대출금리 하락 영향도 있지만, 올해 대출한도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선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금융위원회가 26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스트레스 DSR 제도가 ‘막차’ 수요를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DSR은 차주가 한 해 동안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는 은행 대출엔 40%, 비은행 대출엔 5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DSR을 산출해야 한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내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 시점(매년 5·11월) 금리 간 차이를 기준으로 하되, 하한(1.5%)과 상한(3.0%)이 부여된다. 가계대출 금리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은행 가중평균금리 수치를 활용한다.

최고 3%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게 되면 대출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를 고려해 올해 상반기는 스트레스 금리의 25%, 하반기는 50%를 적용했다가 내년부터 100%를 반영하기로 했지만, 당장 이달 말부터는 2~4%의 대출한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하반기에는 3~9%, 내년에는 6~16% 감소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라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방식 변동금리부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과거 5년간 최고금리인 5.64%와 최근(10월 기준) 금리인 5.04%의 차이는 0.6%지만, 하한에 맞춘 스트레스 금리는 1.5%다. 올해 상반기에는 해당 금리의 25%인 0.375%가, 하반기에는 50%인 0.75%가 적용된다. 이를 고려하면 기존에는 3억3000만원까지 대출이 나왔지만 상반기에는 3억1500만원, 하반기에는 3억원밖에 받을 수 없다. 내년엔 2억8000만원으로 더 줄어든다.

연소득이 오르면 줄어드는 한도 폭도 더 늘어난다. 연봉 1억원 차주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주담대를 받았을 때 기존에는 6억6000만원의 한도가 나왔지만, 상반기에는 그 한도가 6억3000만원, 하반기에는 6억원까지 각각 3000만원, 6000만원 줄어들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내림세…“현금부자만 집사겠네” 불만도

이처럼 6월에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로, 연말에는 전 업권의 전체 대출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어서 하반기부터는 가계대출 가능액이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비 차주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내리더라도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전셋집에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그동안 집값도, 금리도 너무 비싸서 일단 시장상황을 지켜보다가 집 매수 기회를 잡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스트레스 DSR 시행 등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해 걱정된다”며 “부모님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면 전세살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B씨도 “원하는 만큼 충분히 대출이 나오지 않으니 집을 못사는 매수자도 생기지 않겠느냐”며 “결국 현금부자만 더 집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스트레스 DSR 시행 초기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올 상반기까지는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만큼, 갑작스러운 한도 축소로 인한 ‘대출절벽’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은 “제도를 곧바로 100% 적용하는 게 아니라 완충작용을 뒀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다”면서 “연착륙이 가능하게 설계됐기 때문에 고객들의 한도가 대폭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 하에 금융사별 밀착관리 등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다. 전세자금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DSR 예외사유를 축소하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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