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관람 트렌드…관계자들이 본 2024 국·내외 극장가 [ST창간기획]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팬데믹 이후 극장가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단짠단짠'이다. 회복세를 그리다가도 때론 주춤했지만, 그러면서도 지난해에만 한국 영화 중 두 편의 '천만'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업계관계자들이 본 2024 국·내외 극장가와 박스오피스엔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 팬데믹 이후 극장가,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가 심화되던 당시 극장가에선 △좌석 간 띄우기 △관내 취식 금지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 등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음식을 취식할 경우, 영화가 시작되기 전 미리 섭취하거나 포장해 가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생겼다.
이어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극장가에도 숨통이 터졌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극장가 전체 매출액은 607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2%(1549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 A사 관계자는 스포츠투데이에 "코로나19를 거치며 영화 등 콘텐츠를 고르는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깐깐해졌지만 오히려 볼만한 영화는 영화관을 찾아 더 특별하게 즐기고자 하고 반복 관람하기도 하는 등 관람 트렌드가 변화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엔 개봉일을 기점으로 개봉 첫 주에 빨리 보고자 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역주행 콘텐츠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영화 관련 체험을 늘리거나 굿즈 소비, 기술특별관, 프리미엄 특별관 등 다양한 형태의 극장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사 관계자는 "팬데믹은 극장에 분명한 위기였지만, 영화를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관람 경험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볼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극장을 찾는다는 확신을 심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OTT 플랫폼 수요가 늘어나며 극장가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했다. 멀티플렉스 B사 관계자는 "23년 국내 영화관 관객수는 22년 대비 11% 회복되었으나, 팬데믹 이전인 19년 대비 55% 수준으로 팬데믹 이후 OTT 활성화 및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가 위축됐다"며 "이에 따라 관객의 선택적 관람 추세가 정착되고 있어 팬데믹 이전 수준의 관객 회복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멀티플렉스 C사 관계자 역시 "이제는 너무도 당연하게 극장 외에도 영화를 소개하는 플랫폼이 많아졌고, 그에 따른 산업 환경이 변화가 있었으며, 관객의 눈높이 또한 높아졌다. 이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C 관계자는 "엔데믹이 왔을 때 모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입증이 됐다"며 "이제는 콘텐츠-미디어 산업 전반이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는 만큼 그 변화에 적응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극장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개봉작도 시리즈물과 블록버스터 위주나 지난 3년간 극장을 찾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망설임으로 극장 스코어는 천천히 회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볼 영화는 충분하지만, 아직 극장에 대해 적응이 안 됐을 뿐"이라며 "3년간의 비용 절감으로 인해 매출 대비 빠르게 이익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美→中 멀티플렉스, 해외 극장가 고군분투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는 팬데믹 당시 계속된 영업 손실에 결국 '무기한 영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내놨다. 2020년 3월 기준 미국 전국영화관 4000여 개 극장, 4만2000개 스크린이 무기한 영업 중단과 폐쇄를 맞았고, 이로 인해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AMC엔터테인먼트는 4개월 만에 영업을 재개했으나, 올해 1월 3일 기준 주가가 사상 최저치인 5.5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장 대비 8.67% 하락한 수치이자, 주가 데이터가 집계된 2013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AMC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지난 2022년 주가가 83% 하락하며 최악의 연간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AMC엔터테인먼트 CEO 아담 아론은 "AMC는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고 여전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AMC엔터테인먼트는 '밈(meme)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2021년엔 1200%가량 폭등해 60달러선까지 올라섰으나, 현재는 4~5달러에 그치고 있다.
다만 해외 극장가의 회복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로 인한 배경으로 관계자들은 '할리우드 배우/작가조합 파업'을 꼽았다. 이로 인해 제작 취소·지연, 개봉 일정 변경 등의 여파가 일어났다.
B 관계자는 "할리우드 배우/작가조합 파업에 의한 영화 제작 지연으로 극장 영화 라인업이 축소되었으며, 흥행 보증 수표 이자 주요 수익원었던 Marvel/DC의 히어로물, 시리즈물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으로 해외 극장가도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회복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A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대비 해외 시장의 관람객 회복률과 박스오피스 성적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올해 할리우드 라인업의 불확실성이 높아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2025년 이후 더 높은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박스오피스도 팬데믹을 넘어 회복세를 그릴 전망이다. 중국은 강력한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22년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27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8%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1월 중국 명절 춘절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대해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멀티플렉스 사업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과 개선이 예상된다"며 "전년 대비 수익성은 개선될 전망이나 여전히 재무 부담이 크고 기발행된 전환사채의 잔액 규모가 상당해 주가의 상방 압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했다.
◆ 2024 韓 극장가, 어디로 향할까
과거 스타 감독, 화려한 배우 라인업 등이 흥행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극장가엔 의외의 작품들이 선전하며 흥행 요소를 관측하게 어렵다는 업계의 시선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A 관계자는 "지난해 성수기로 꼽히는 시기에 성적이 다소 아쉬웠지만 오히려 비수기에 개봉한 '서울의 봄', '30일' 등이 흥행을 하는 등 기존의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흥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을 시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 시기가 연기된 작품들이 뒤늦게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시기를 거치며 관객들의 작품 수요 패턴도 변화를 맞았다. 이에 B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영화 선택과 관람 패턴이 변화가 큰 상황이지만, 팬데믹 이전 기획 및 제작된 작품들도 여전히 남아있으며 일부 개봉을 앞둔 상황으로 달라진 관객의 기대치에 부합하여 흥행할 수 있을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극장가에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아바타: 물의 길' 등 외화가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이로 인해 한국 영화의 위기설이 몇 차례 제기됐으나, A 관계자는 "외화 강세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엘리멘탈' 등 애니메이션이 장기흥행 하기도 하고 '범죄도시3', '서울의 봄' 등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한국영화의 경우도 볼만한 작품이 있다면 영화관을 찾아서 관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깐깐한 관객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이라면 외화나 애니메이션, 한국영화 등 형식이나 성격에 상관없이 흥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다수의 작품이 국내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A 관계자는 "1분기에는 '웡카', '듄2' 등 대작영화를 비롯해 '위시', '인투 더 월드' 등 애니메이션 외에 '아가일'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국내의 경우 '외계+인 2부'를 시작으로 '시민덕희', '도그데이즈', '파묘' 등이 개봉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밖에 2분기 이후에는 믿고 보는 시리즈로 자리 잡은 '범죄도시4'를 비롯해 '하얼빈', '베테랑2' 등 한국영화와 박찬욱 감독의 '전란',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쿵푸팬더4', '인사이드 아웃2' 등이 개봉할 예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니메이션이 관객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 관계자는 "올해 주요 기대작으로는 조정석 주연의 영화 '파일럿', 구교환 주연의 인기 웹툰 원작 영화 '부활남',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밤' 등 다양한 색깔의 작품이 개봉 예정"이라고 말했다.
C 관계자는 기대작으로 '패스트 라이브즈', '인사이드 아웃2' '미키17'을 꼽았다. 이에 대해 C 관계자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미 글로벌 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작품이다. 북미 시장에서 아시안 서사가 부상하고 있다는 근거가 되는 작품이 되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또한 C 관계자는 "'인사이드아웃2'는 스스로의 마음 돌보기에 관심이 많은 요즘 관객에게 '감정'이라는 소재로 또 한번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또한 사춘기를 겪는 주인공이 등장해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인사이드아웃'이라는 프랜차이즈 정립, IP 확보 차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지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미키17'에 대해선 "봉준호 감독님의 신작이라는 점 자체가 화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상하는 바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원작을 어떻게 영상화 하고 풀어내셨을 지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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