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뜨거운 온천수 '콸콸'…백암은 살아있다

성연재 입력 2024. 2. 21. 10:00 수정 2024. 4. 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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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온천·한옥이 어우러진 온천 단지 등 개발 시급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경북 울진군의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이 올해 초 문을 닫았다.

예로부터 백암온천은 뛰어난 수질과 효능 덕분에 이를 격찬하는 시문을 남긴 선비도 많았다.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은 문을 닫았지만, 다른 온천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백암온천의 매력과 명암, 그리고 온천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가 본다.

여전히 성업 중인 울진 백암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여전히 성업 중인 백암온천

울진 온정면의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화 리조트의 영업 중단 소식에 온천 전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화 리조트를 제외한 다른 온천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한 온천으로 향했다.

당일치기 온천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성인은 1만원을 내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시골 동네 목욕탕 같은 분위기라 푸근했다.

탕으로 들어가자 가운데에는 온천수가 솟아나는 돌 구조물이 있고 10여명의 고객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탕 바로 앞에는 '백암온천은 온천수를 데우지 않는다'는 글귀가 크게 보였다.

서울로 돌아와 행안부가 펴낸 '2023 전국 온천 현황' 자료를 살펴봤더니 백암 온천수 최고 온도는 45.9도로 나타났다.

더 데울 필요가 없는 온도다. 높은 온도는 좋은 온천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온천수를 데우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가. 온도가 낮은 곳은 수돗물을 데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희석되지 않은 높은 온도의 온천수는 온천수 고유의 성분이 그대로 몸에 전달된다.

백암온천은 탄산수소나트륨(NaHCO³)이 주요 성분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굴착 심도는 241m에 달한다.

깊이 파면 팔수록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데, 백암은 이 정도만 파도 온천욕에 충분한 뜨거운 물이 나온다.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 앞에는 문을 닫았다는 안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문 닫은 한화리조트 앞의 황현철·안순자 의원 [사진/성연재 기자]

현수막 앞에서는 울진군 소속 황현철 의원과 안순자 의원 등 군의원 2명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황 의원은 "어젯밤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 전 직원들이 울적함을 달래려 모였다길래 다녀왔다"면서 "온천으로 한 때 큰돈을 번 한화 리조트가 이렇게 그냥 문을 닫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손병복 군수 등 울진군 인사들이 여러 차례 서울을 방문하며 관계자들을 만나 읍소를 했지만 백암리조트의 폐쇄를 막을 수 없었다.

문 닫은 온천은 울진 뿐만이 아니다. 한때 온천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충주의 수안보에서도 지난 2021년 8월 운영을 중단했다.

수안보도 발길이 뜸한 온천 가운데 하나다.

온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천 가운데 섭씨 25∼30도가량의 저온형 온천이 48.9%인 274개소나 됐다.

45도 이상의 고온형 온천은 126개(22.5%)로, 저온형 온천이 2배 이상 많음을 보여줬다.

백암온천은 충분한 온도와 수량을 가진 곳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문닫은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사진 /성연재 기자]

코로나19 직격탄 딛고 일어서는 지방 온천

그러면 왜 이렇게 온천이 쇠락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 울진 대형산불도 터져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운영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객실 리모델링 등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익 적자가 막대해져 불가피하게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펴낸 2023년 온천시설 및 관리현황 조사 결과 전국의 온천 이용 업소는 575개에 달한다.

598개였던 2018년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이용자 수는 2019년 6천382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21년에는 3천436만명으로 대폭 줄었다가 2022년에는 4천100만명 대로 다소 회복됐다.

팬데믹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 모습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학계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국내 온천이 여행 트렌드를 빨리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고동완 교수는 "사실 관광 요소로서의 온천은 매력이 떨어지는 중이며, 이웃 일본의 온천 수도 전체적으로 매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천 관광에 대한 논문을 썼던 전공자다.

그는 "다만 일본은 관광적인 요소를 꾸준히 개발해 왔으며, 온천욕이 국민적인 생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지탱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온천욕과 관련된 관광 요소를 개발하지 않은 데다 스파 등 이를 대체할 요소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온천을 대체한 대표적인 요소가 고급화한 스파다.

서울에서 받는 스파 [반얀트리 제공]

야외 스파를 운영하는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지난 2021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웰니스 명소로 선정됐다.

이곳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에도 총투숙객이 전년에 비해 2.3 배나 늘었다.

서울 도심의 반얀트리 스파는 코로나19 가 확산하던 2020에도 연간 방문객이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했으며, 엔데믹 이후에도 비슷한 방문객 추이를 보인다.

태국 푸껫의 반얀트리 스파 아카데미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테라피스트가 상주하며 사람의 손길과 화학 성분이 아닌 허브와 약초 등 천연 재료로 휴식을 선사한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야외 스파 '씨메르'는 수영복 차림으로 즐기는 유럽풍 온천을 보급한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팬데믹 이후 월평균 이용객이 2천명 이상 늘었다고 한다. 현재 월평균 이용객은 1만7천여명이나 된다.

2월초 도쿄에 문을 연 도요스만요 [도요스만요 홈페이지]

일본은 달랐다…일본 온천 가는 한국인

일본에서는 온천의 존재와 효능은 오래전부터 인정받고 있으며 치료 목적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온천 이용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8세기 전반에 편찬된 '풍토기'(風土記)에 나온다.

특히 위생 지식이나 의료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의 일본에서는 온천에 간다는 것은 특정 질병이나 부상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탕치'(湯治)를 의미했다.

일본에는 온천지의 개념이 존재한다.

온천지란 숙박 시설이 있는 장소를 가리키며, 숙소가 한 채만 있어도 하나의 온천지로 계산한다.

일본 전역의 온천지 수는 1972년 1천845개소에서 2010년까지 3천185개소로 38년 동안 2배 가까이 많이 늘어났으나 2010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일본의 온천 관련 가장 최신 자료는 환경성 자연 환경국이 2018년 발표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는 모두 2천983개의 온천지가 있다.

일본은 팬데믹 이후에도 부지런히 새로운 온천을 개발하며 관광객 받아들이기에 힘쓰고 있다.

일본 도쿄의 인공 섬 도요스(豊洲)에는 도요스 만요 클럽이 올해 2월 문을 열었다.

도쿄 도심에 에도시대를 테마로 쇼핑과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문을 열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약 5천800평(약 1만9천200㎡)의 공간을 자랑하는 대규모 온천이다.

마사지와 스파, 각종 트리트먼트를 위한 시설과 사우나 시설도 들어서 있다.

노천탕은 물론 사우나와 암반욕, 마사지 등도 갖추고 있어 느긋하게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쉴 수 있다.

한국의 온천 관광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 교수는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하게 온천 문화가 오래되고, 발달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왕의 행궁 시 온천에서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일본만큼 대중적으로 온천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온천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용자 위주의 개선과 새로운 시도 덕분이다.

구로카와 온천의 산가료칸 [사진 /성연재 기자]

노천 온천·한옥이 어우러진 온천 단지 기대

일본 온천여행을 조금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일본 규슈 아소산 북쪽의 구로카와(黑川溫泉) 마을을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일본식 료칸 28개소가 늘어서 있다.

풍부한 신록으로 둘러싸인 산간 노천탕과 유카타 차림으로 이곳저곳을 걷는 관광객의 모습은 어디를 봐도 '그림 같은' 온천단지다.

이곳은 전체 온천 3곳을 순회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마패 모양의 '뉴토 데가타 온천 투어 패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관광업계에서 '입탕 어음'으로 표현하는 이 마패는 료칸 조합에 가맹하고 있는 구로카와 온천의 여관의 노천탕 가운데 3개 온천을 골라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이다.

한번 이용 시마다 스탬프 하나씩을 받으며 3개를 다 채우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1986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이 마패는 2013년까지 250만장이 팔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온천조합을 구성한 이는 구로카와 온천의 고토 테츠야(後藤哲也)라는 인물 덕분이다.

구로카오 온천의 마패 [사진 /성연재 기자]

그가 정과 망치로 바위를 깨 동굴 온천 료칸 야마노야도 신메이칸을 완성하는 데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고토 씨는 '분위기 만들기'를 구로카와 온천 전체에서 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적인 풍경에 서양식 호텔 하나가 들어서면 모든 풍경이 무너져버린다고 봤고 철저하게 이 원칙을 지켰다.

각 온천은 숙소마다 개성적인 노천탕 만들기, 일정 범위의 요금체계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켜나가고 있다.

개별 마을의 노력과는 별개로 일본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1988년 전국의 시정촌마다 1억엔씩을 교부해 '고향 창생 사업'을 벌였다.

덕분에 온천이 없었던 지역에서 온천 개발이 급증했다.

온도와 수량이 미치지 않아 이용이 중지된 곳도 있지만, 새롭게 온천 자원을 발견해 발전시킨 곳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주민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강섭 전 청와대 관광진흥 비서관은 "일본으로 몰리고 있는 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는 전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각 지자체와 온천단지도 현대적인 트렌드에 맞도록 노천온천을 개설하고 전통 한옥으로 구성된 온천단지를 꾸미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슈 운젠온천의 식단 [사진 /성연재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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