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수 일진전기 대표 “AI·반도체 강국, 전력이 핵심”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클라우드 등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이노센터에서 만난 황수 일진전기 대표는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력을 에너지 안보로 인식하며 발전 및 전력 인프라 교체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일진전기는 변압기, 차단기 등 중전기(重電機) 사업과 초고압 케이블 등 송·배전 사업을 모두 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일진전기는 지난해 6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92.9%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467억원으로 7% 늘었다.
황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 생태계가 세대 전환의 시기에 진입했다. 미국의 경우 2022년부터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탄소 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변압기와 케이블 시장이 뜨거워졌고 이러한 상승 사이클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객사들과 2027년에 납품하는 계약을 협의하고 있을 만큼 캐파(CAPA·생산능력)가 곧 매출인 상황”이라며 “최근 유상증자로 확보한 1000억원을 공장 증설에 투입하고 있다. 10월에 완공되면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돼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미국 미시시피대에서 농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9년 쿼츠인터내셔널 영업마케팅을 시작으로 1997년 GE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뒤 GE 삼성조명 한국 사장, GE C&I 북아시아 사장을 거쳐 GE코리아 대표까지 지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전력회사 알스톰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황 사장은 2017년부터 일진전기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일진전기는 어떤 회사인가.
“우리 사업은 크게 변압기, 차단기 등 중전기 사업과 초고압 케이블 사업으로 구분된다. 전 세계적으로 배전과 송전 사업을 둘 다 하는 것은 일진전기가 유일하다. 우리는 양쪽 수요를 모두 가져올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일괄수주로 사업을 수주하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분명해 보증이 경쟁사보다 우수하다.”
─정부가 곧 발표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기대하는 점은.
“에너지는 안보로 접근해야 한다. 엄청난 전력 수요가 몰려오는 데 이러한 수요에 대비한 공급 방안을 깊게 고민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60조원 투자 얘기가 나오는데, 이것을 성공시키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AI, 로봇, 전기차 산업 모두 마찬가지다. 또 탄소 중립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려면 신규 원전과 에너지 믹스(energy mix·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가 필요하다. 결국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도 전기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다.”
─유상증자의 배경과 실적 목표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약 1000억원은 홍성 변압기 공장(682억원)과 케이블 화성 공장(350억원) 증설에 투자한 상태다. 홍성 공장의 매출 기준 생산 능력은 현재 2600억원인데, 2026년에 433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초고압 케이블 설비증설 효과는 현재 3800억원에서 2026년 6200억까지 늘어난다. 증설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내년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은 있나.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공장을 건설했고 효성은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 공장 건설을 공부하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운영하는 것은 중견기업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 변압기 공장을 가보면 컨베이어벨트식의 제조업이 아니라 사람이 붙어서 조립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이다. 주문자에 따라 사양이 다르다. 해외에 공장을 짓고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려면 연구개발(R&D), 인사 및 조직관리 등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중동 지역에 대한 공장 건설은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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