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인가, 좀비물인가… 장르 공식 깬 ‘무덤 파기’[파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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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22일 개봉)는 같은 자리에 있던 묘를 두 번 파낸다.
처음 파낼 때는 장 감독의 특기인 오컬트 장르의 전형적인 경로를 밟는다.
장 감독은 "컴퓨터그래픽(CG)을 써서 어떤 가상의 상황을 연기하는 것보다 배우가 실제로 깜짝 놀랄 때 그 한순간의 연기를 담고 싶었다"며 "'파묘' 같은 영화는 CG에 의존하다 보면 계속 의존하게 돼 땅이 발에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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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옮기는 무당·풍수사·장의사
조상 귀신·日 귀신 등 맞닥뜨려
전반부선 신비한 미스터리 연출
후반부는 집념의 추적극 가까워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22일 개봉)는 같은 자리에 있던 묘를 두 번 파낸다. 처음 파낼 때는 장 감독의 특기인 오컬트 장르의 전형적인 경로를 밟는다. 서늘하고 신비로운 호러를 원했던 관객의 기대가 충족된다. 그런데 두 번째 파냈을 땐 영화는 미스터리 오컬트라기보단 집념의 추적극이자 질척이는 좀비물에 가까워진다. 조금씩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날것이 주는 두려움과 독특한 유머,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는 관객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영을 느끼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그를 따르는 봉길(이도현), 그리고 땅의 기운을 읽는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은 절대 묫자리로 써선 안 됐던 ‘악지 중의 악지’에 묻힌 묘와 맞닥뜨린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부자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고 관을 이장해야 하는데, 사고로 관에서 잠자던 조상 귀신이 나오고 만다. 천신만고 끝에 사태를 수습하지만, 그 땅 아래엔 그보다 더 ‘험한 것’이 있었다.
조상 귀신의 저주를 풀기까지 초반 1시간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가는 오컬트 장르의 정석처럼 느껴진다. 시종일관 음산하고,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점프 스케어로 깜짝 놀라게 하기 등 전형적인 공포 수법이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더 효과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묫자리에 다른 것이 묻혀 있었음을 발견한 이후 영화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두 개의 영화가 느슨하게 연결된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굿판이 수차례 이어지고, 묫자리를 파내고 또 파낸다. 영화엔 한국 귀신도 나오고, 일본 귀신도 나온다. 조상 귀신도 있고, 생판 남인 귀신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상덕의 대사처럼 ‘우리 땅’ 한반도가 겪은 과거사도 언급된다. 장 감독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땅엔 상처가 많았다. 그걸 좀 파묘하고 싶었다”며 “이게 영화의 중심이지만,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녹이면서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고 말했다.
전반부가 관객이 장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였다면, 후반부는 장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바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저력은 배가 된다. “좀 더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화끈한 육체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장 감독의 말대로다.
귀신을 연출하는 방식 역시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르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 등 귀신이 간접적으로 보였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귀신은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인물들을 직접 공격한다. 귀신이라기보단 좀비나 괴수와 유사하다. 오컬트 장르와는 또 다른 영화적 쾌감이 분명 있지만, 귀신은 보이기 직전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절제하며 긴장감을 쌓아가던 초반에 비해 무서움은 덜한 편이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동나이 대에서 연기력 최고인 배우들이 투혼에 가까운 열연을 펼쳤다. 특히 신들린 듯 굿판을 벌이는 김고은과 이도현의 연기는 발군이다.
배우들의 호연은 현장에서 실제로 불을 내고,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 몰입감을 높인 장 감독의 실사 우선 연출 방식에 힘입었다. 장 감독은 “컴퓨터그래픽(CG)을 써서 어떤 가상의 상황을 연기하는 것보다 배우가 실제로 깜짝 놀랄 때 그 한순간의 연기를 담고 싶었다”며 “‘파묘’ 같은 영화는 CG에 의존하다 보면 계속 의존하게 돼 땅이 발에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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