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송하윤 “나조차 이해 안 된 캐릭터, 두드러기까지 났지만…”
20년 만에 맡은 악역으로 내공 선보여

“와~ 씨!” 이 한마디로 끝까지 시청자들을 후덜덜하게 만든다. 19일 방영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에서 송하윤은 극 중 정수민이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빡침’을 이 단어로 표현했다. 이마를 짚는 손과 ‘와’라는 말끝에 떨림을 주며 “소름 돋는 장면”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았다. 종영 날인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속사 킹콩 바이 스타쉽에서 만난 송하윤은 “대본에 없던 대사인데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했다.
남편이 아내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죽이려고 작당 모의하고, 과거로 간 아내는 복수를 하고…. 내용만 보자면 막장의 끝판왕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볼만한 작품으로 만든 건 박민환(이이경), 정수민 등 악역의 활약이다. 특히 송하윤은 얄미운 친구였다가 친구의 모든 것을 빼앗겠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정수민의 내·외적 변화를 풍부하게 표현하며 시청률 두자릿수를 넘는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이 됐다. 송하윤은 “여자들이 딱 싫어하는 인물이어서 욕먹을 각오를 했다”며 “수민이가 한 행동들이 ‘내 주변에도 저런 애가 있었다’며 시청자들의 짧은 기억을 떠올려준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 “캐릭터의 행동에 이해가 하나도 안 됐어요. 원래 연기하던 대로 감정적으로 얘(수민)를 품었는데 머리가 아프고 몸살이 나고 두드러기까지 나는 등 미치겠더라고요. 몸에서 거부했나 봐요. 이렇게는 절대로 이 역할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정신과 선생님을 만나 캐릭터의 심리적인 부분을 다시 알아보고, 프로파일러를 만나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 행동 등을 공부했어요.”
그럼에도 한마디로 정의 내리는 게 쉽지 않아서 그는 이전 작품과 달리 철저하게 정수민과 자신을 분리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악해도 너무 악해서다. “1회에서 보험금 운운하는 장면은 손이 떨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현장에서도 주로 혼자 지내며 스스로 고립시켰고, 소셜미디어에 있던 예전 사진들을 다 지우고 ‘정수민 세계관’ 안에서 살았다. 그는 “미치게 외로웠는데 정수민이 사랑받는 걸 보니 극한의 외로움을 시청자들이 알아봐 준 것 같아서 위로가 된다”고 했다.
이런 노력 끝에 명연기가 쏟아졌다. 악행이 발각되자 강지원(박민영)한테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장면에선 안면근육을 활용해 임팩트를 줬고, 강지원과 과거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선 부드럽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연기 좀 살살 해달라” “송하윤 연기 차력쇼” 등 호평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왼쪽 얼굴이 좀 더 선해 보이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얼굴을 자주 보이게 하는 등 낯선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악역을 하니까 얼굴이 진짜 못돼지더라고요. 원래 영화 보면 잘 우는데 수민을 연기하는 동안은 로맨스도 이해가 안 되고 눈물도 안 나고.”

정수민은 드라마에서는 못된 아이였지만, 송하윤한테는 배우로서 힘들 때 나타나 준 고마운 인물이다. 그는 김별이라는 이름으로 2005년 ‘태릉선수촌’(MBC)으로 데뷔해 2015년 ‘내 딸, 금사월’(MBC), 2017년 ‘쌈, 마이웨이’(KBS2), 2018년 영화 ‘완벽한 타인’ 등 좋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본인이 이해가 가는 인물을 선택하고 선한 인물을 선호하는 성향이 캐릭터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데뷔 이후 첫 악역을 하게 됐을 때도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송하윤은 “스스로 제 얼굴도, 연기도 질리는 시기에 정수민을 만났다.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역할을 만나 나도 지원처럼 다시 한번 개척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 작품으로 “후회하더라도 뭐든 도전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는 그는 작품의 스태프로 참여해 현장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송하윤은 아직 정수민한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껏 출연한 드라마는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결말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교도소에 가는 것으로 끝이 난 것”이 걸린다고 했다. “내가 아니면 수민을 지켜줄 사람이 없는데, 저마저 없어진 것이 마음이 아파요. 지원한테 좋은 아빠가 있었던 것처럼 수민이 곁에도 좋은 어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게 많이 안타까워요.” 정수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서 송하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정수민이 어떤 결말이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선한 인물을 좋아하는 그답게 단호하게 말했다. “나쁜 짓을 했으니 그곳에서 잘 살아야죠(웃음).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할 거라 생각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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