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파묘'의 뚝심에 찬사를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거액의 의뢰를 받고 미국 LA로 향한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내로라하는 무당인 두 사람은 '귀신병'이 대물림되는 돈 많은 집안의 장손을 만나고, '화림'은 곧바로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다. '묫바람'이 들었다며 이장을 권하고, 이후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합류한다.
'상덕'은 이름 없는 묘가 자리한 곳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 중 악지"라며 거절하지만, '화림'의 대살굿 제안으로 파묘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나와서는 안될 '험한 것'들이 등장해 기이한 사건이 휘몰아친다.
'파묘'는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를 완성했다. 과학적인 증명은 어렵지만, 어쩐지 믿지 않을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 미신 등을 잘 버무리며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그 길의 끝에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지만, 시대 배경에 엮인 '험한 것'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가 떠오를 터다.
이렇듯 '오컬트 장인'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장재현 감독이 깔아준 판에서 배우들은 신명나게 '연기 굿판'을 벌인다. 최민식부터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까지. '연기력'으로는 둘째라면 서러운 배우들이 모였기에 이들의 첫 오컬트 장르 도전에 큰 기대가 모였던 터. 그리고 배우들은 그 기대를 확신으로 바꿔놨다.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라는 장재현 감독의 말은 과장이 아닐 정도다.
'파묘'를 완성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네 배우에게 자기 몫을 다 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대배우' 최민식은 40년 경력의 풍수사 그 자체로 녹아든다. 흙을 맛보고, 땅을 바라보며 숨 쉬는 것만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힘으로 '파묘'의 중심을 이끈다. 여기에 장의사 역할의 유해진은 가장 관객들의 시선과 가까운 인물로,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파묘'의 무겁고도,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웃음을 불러오는 것도 그의 몫이다.
여기에 김고은과 이도현은 그동안 본 적 없는 현대적인 무당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굿을 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신들린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예고편 속 단 1초만으로도 놀라움을 안겼던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명불허전의 흡입력을 선사한다. '파묘'로 첫 스크린에 데뷔한 이도현은 놀랍다. 온몸에 문신을 새긴 비주얼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선배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연기력으로 한 축을 이끈다. 경문을 외고, 빙의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도현은 말 그대로 피 토하는 열연으로 또 하나의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한편 '파묘'는 오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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