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차 배우’ 양혜진의 헌신, “전 이제 또 다른 오디션을 준비합니다”
“아쉽지만, 오수향으로 제 역할 다해 기뻐”
“저는 이제 또 다른 오디션을 준비합니다.”
KBS 2TV 일일극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마친 데뷔 33년차인 배우 양혜진은 이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들뜨지 않고, 배우로서 조용히 다시 출발선에 서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양혜진은 지난 19일 방송된 ‘피도 눈물도 없이’ 20회를 끝으로 하차했다. 극 중 배도은(하연주 분)으로부터 이혜원(이소연 분)과 자신이 친자매라는 사실을 들은 후 충격을 받은 오수향(양혜진 분)은 충격을 받고 쓰러진 후 사망했다. 특유의 백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지지받았던 오수향의 아쉬운 퇴장이다. 하지만 오수향의 죽음이 공개된 직후인 20일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나눈 양혜진은 “더할 나위 없는 퇴장”이라며 오히려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미 앞서 오수향의 몸이 좋지 않다는 단서가 등장했어요. 땀을 많이 흘리거나 기침을 하고, 입술이 하얗게 되는 등 암시를 줬죠. 사실 오수향이 쓰러진 후 배도은이 119에 신고했다면 오수향은 살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렇게 전개됨으로써 배도은의 악행이 더 분명해지고 시청자들의 분노도 커졌어요. 그리고 시청자들도 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오수향은 제 역할을 다 하고 떠난 거죠.”
양혜진이 그린 오수향은 남편 윤이철(정찬 분)의 외도로 인해 상처받는 인물이다. 또한 허위 ‘미투’로 공격받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수향이 분노를 담아 윤이철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긴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웃으며)감독님이 ‘세게, 많이 때려야 시원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야 시청자들도 공감을 한다는 주문이었죠. 정찬 씨도 ‘선배님, 한 번에 끝내는 게 중요하니까 살살 때리지 마시고 진짜로 때려달라’고 했어요. 대본에는 ‘마구 때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저는 ‘4대를 때리겠다’고 약속했죠. 그리고 연습한 대로 딱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났어요. 정말 다행이었어요.”
‘피도 눈물도 없이’는 양혜진의 열연에 힘입어 7∼8%대 안정된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가 상승하며 최근에는 수영장에서 그를 알아보는 팬도 만났다. 강단있는 오수향의 모습이 백발의 양혜진의 외모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이 때문에 그의 하차에 시청자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작 가장 아쉬운 사람은 양혜진 아닐까?
“왜 아쉽지 않겠어요? 역할이 너무 멋지잖아요. 보통 못된 시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그려지는데, 오수향은 며느리도 존중하고 자신의 일에도 충실한 인물이에요. 수영장에서 수경과 모자를 쓴 저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을 만난 후 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죠. 또 고등학교 동창들이 30여년 만에 ‘TV에서 봤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이렇게 오수향과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굵고 짧게’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양혜진은 1991년 KBS 공채 14기로 데뷔했다. 공백기를 가졌지만 다시 카메라 앞에 선 후 ‘불새2020’, ‘나비효과’, ‘스폰서’, ‘마녀의 게임’와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마친 그는 또 다른 작품으로 인사하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저는 공백기를 갖기도 했고, 크게 성공을 맛보진 않았잖아요. 소속사도 없고요. 결국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디션이라고 생각해요. 3∼4년 전부터는 연기 수업도 꾸준히 받고 있어요. 이렇게 연기 연습을 하면서 꾸준히 오디션을 보면 조금 더 좋은,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고 있어요. 주변에서 ‘언니, 쉬다가 이렇게 다시 연기하는 모습 보니 좋다’고 연락 오는 동료들이 적잖죠. 그렇게 의기투합 후 지금은 같이 공부하고 오디션 보러 다니는 동료들도 생겼어요. 계속 두드리면 열릴 거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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