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박민영의 정면돌파…前 연인·'내남결' 논란에 모두 답하다
"제 실수를 인정하는 데까지 힘들었지만,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게 선명해졌어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번 다시 실수 안 하면 되니까, 더 열심히 배우로서 본분에 충실하겠습니다."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 직접 언급하고, 사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떳떳하다는 것의 반증이었고, 주연배우로서의 책임이었다.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인 배우 박민영 씨의 행동은 '정면돌파'라는 단어로 귀결됐다.
지난 15일 이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민영 씨를 만났다.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취재진과 만나는 자리. 일반적인 종영 인터뷰 자리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前 연인 논란 이후 취재진을 처음 대면하는 자리이기도 했기에 초반에는 사뭇 긴장감이 맴돌았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지만, 박민영 씨의 종영 인터뷰 진행 여부는 사뭇 의외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작품 외적인 질문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자리를 배우가 감당할 수 있을지, 소속사를 비롯해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박민영 씨는 당당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그는 "제 실수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 자리를 강행했다"라며 "많이 질문해 주셔도 된다. 바닥을 한 번 쳐보니 이제 정말 감내해야 될 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유와 강단을 보여줘 놀라움을 안겼다.
박민영 씨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크게 성공했지만, 이날 인터뷰는 과거 논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2022년 이른바 '은둔의 재력가'와 열애설이 불거졌을 당시 그는 소속사를 통해 상대방과 이별했고, 금전적 제공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취재진을 만난 것은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 그는 자신의 '실수'였음을 재차 인정했다.
"재작년이 되어 버렸는데, 제 실수를 인정하는 데까지 힘들었지만, 인정하고 나니까 모든 게 선명해졌습니다. 제가 데뷔 때부터 무명이 없고,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몰랐던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기는 했습니다. 팬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당연히 여겼던 부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표시하고 싶었습니다."
내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해 오랜 공백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 연인 논란 이후 차기작을 빠르게 선택했던 그다. 지난해 하반기 박민영 씨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여주인공으로 출연을 확정 지었다는 소식이 발표됐고, 지난달 1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는 국내외에서 인기 고공행진을 하며 구겨진 '로코퀸' 자존심을 다시 펴게 만들었다.
"사실 너무 힘든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작품을 선택했어요.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 작품을 빠르게 선택한 것도 있는데요. 처음에는 멘털을 부여잡고 힘들게 (촬영) 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연기를 정말 사랑했구나, 좋아했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이온음료만 마시며 쓰러져 갈 때도 '액션'만 되면 이 인물을 어떻게 구현해 낼까 고민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요. 0이 되고 나니까 쌓아 올릴 것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드라마가 방영 중일 때도 그는 한 차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전 연인과 관련된 보도가 이어진 것. 전 연인의 관계사 회삿돈이 박민영 씨의 개인계좌로 입금됐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 박민영 씨는 자신의 SNS에 "지겹다"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심경을 묻는 말에 그는 "가짜뉴스들 때문이었다"라고 부연설명했다.
"당시에는 '박민영'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거의 대부분이 안 좋은 뉴스들, 콘텐츠들이 숏폼처럼 너무 많이 올라왔을 때였어요. 그래서 (지겹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는 있던 일도 아닌데 만들어내서 제가 한 것처럼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사실 유튜브를 못 열어요. 쇠창살 같은 게 꽂히는 답답한 느낌입니다."
인기가 높은 만큼, 드라마를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도 많았다. 박민영 씨가 연기한 여주인공 '강지원'이 부산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반응부터, 그가 극 중에서 입은 몇 가지 룩이 오피스룩, 동창회룩으로는 비현실적이고 과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박민영 씨는 "제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실수를 인정했다.
"2013년대 스타일링을 찾아봤더니 오프숄더, 레오파드, 스키니 등의 키워드가 있어서 그걸 잘 사용하려다 보니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예방주사룩'이라고 하던데, 보면서 저도 (어깨를) 덮어주고 싶더라고요. 김미소와도, 성덕미와도, 진하경과도 달라야 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는데…. 사투리는 사실 외국어보다 힘든 것 같아요. 감독님은 80% 맞다고 해주셨는데 이건 내 역량이구나 싶었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시청률도, 스토리도 해피엔딩으로 종영했다. 극 중 강지원(박민영 분)과 유지혁(나인우 분)은 모든 빌런들에게 인과응보를 돌려주고 사랑을 지켜냈다. 원작 웹툰에서보다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다채로운 재미를 줬던 드라마는 결말만큼은 원작과 방향을 같이 하며, 원작 팬들과 드라마 팬들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저 또한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현재인 것 같아요. 다만, 삶에 대한 태도는 많이 달라졌어요. 바닥을 치니까 진짜 행복은 뭘까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연기적으로도 외국 시장에 가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제 인생도 좀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고요. 드라마에서 암 환자 역할을 해서, 얼마 전에 기부도 했는데 최근 들어 제일 행복했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박민영 씨는 '로코퀸' 타이틀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늘 최강점을 보여왔던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전한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첫 번째 의미가 있다. 또한 최대 고비를 맞은 시점에 복귀작으로 선택해 연기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배우 박민영에게 제2막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해 주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곧 팬미팅을 여는데 타이틀이 '브랜뉴 마이웨이'거든요. 새로운 2막의 시작을 팬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미, 이 드라마에 임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자는 의미가 있어요. 이제는 정말 흔들리지 않는 땅을 밟고 설 자신이 생겼고, 그렇게 노력할 거에요."
[사진출처 = 후크엔터테인먼트/tvN]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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