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보아 중간투입 힘들었을 것…너무 가혹하게 안하셨으면”[EN:인터뷰③]

황혜진 2024. 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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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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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박민영이 오유라를 연기한 보아에 대해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영은 2월 2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연출 박원국, 한진선)에서 강지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웹툰을 원작으로 실사화된 작품이다. 1월 1일 첫 방송된 이래 꾸준한 시청률 상승을 이어오다 2월 5일 방영한 11회로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1.8%)을 경신했다. 화제성 조사 플랫폼 펀덱스에서는 방송 이후 연속 3주간 TV-OTT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출연자 부문에서는 배우 박민영이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세 드라마 위상을 증명했다.

해외 인기도 뜨거웠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첫 방송이 시작된 1월 첫째주 프라임비디오 월드와이드 TV쇼 부문 주간 순위 6위로 시작해 2주차부터 4주차까지 3주 연속 글로벌 주간 순위 2위를 기록 중이다. 이 드라마는 1월 30일까지 누적 전 세계 112개 국가에서 TOP 10에 진입한 상태로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 33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민영은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흥행에 대해 "시청률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저한테 더 의미 있는 건 아마존프라임 성적이었다. 어제(14일 기준)으로도 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들었다. K-콘텐츠가 세계화 됐고, K-드라마도 K-드라마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세계적으로 통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시청률이 잘 나온 것도 너무너무 기쁜 일이지만 한국 드라마의 재미를 좀 더 아셨다는 부분도 끊지 못한다. 좀 더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민영은 촬영 초반 암 투병을 했던 강지원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37kg까지 감량했다. 이에 대해 박민영은 "살을 37kg까지 빼는 건 오히려 쉬웠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지원이의 모습을 만들었고, 악독한 빌런들인 민환과 수민이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샤우팅을 할 때 제 목소리를 썼다. 막상 그걸 다 찍고 살 찌울 시간 2주가 주어졌는데 정말 하루에 4~5끼를 먹어도 잘 안 찌더라. 지원이가 힘든 삶을 산 만큼 거기에 에너지를 더 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박민영은 "다시 조금이라도 살을 찌우고 나서 시작을 했는데 생각보다 액션이 많은 작품이라 체력적인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다. 워낙 이 드라마가 다이내믹해서 좋긴 하지만 그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다른 드라마보다 좀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그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힘을 많이 썼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 감정선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 됐다. 워낙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기에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잘 붙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제 대본을 보면 다른 배우들의 감정선까지 확인해가며 최대한 이 작품이 너무 중구난방되지 않도록 줄기를 잘 잡으려고 했다. 감정 연결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감독님과 같이 의논하며 전 회차에서 어떤 얼굴, 어떤 표정으로 끝났는지 신경 썼다. 오마주를 많이 쓴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을 많이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전작들과 비교해서도 연기적으로 변주를 준 작품이었다. 박민영은 "이번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지원이의 1회 차 모습은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고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야 했다. 희망의 여지조차 없는 그런 불행한 삶을 산 인생이었다. 모든 욕심, 박민영의 모든 것을 0으로 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실제로 그렇게 마음을 먹다 보니까 정말 그런 눈빛이 나오긴 했더라. 그래서 힘이 빠지고 긴장이 없어진 몸과 걸음걸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민영은 "제가 자세가 곧은 편인데 이번 작품으로 어깨가 굽었다. 갑자기 2회 차라고 완전히 모든 게 변하진 않기에 다시 각성하고 바뀌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게끔 천천히 스텝업하는 방식이 저한테는 힘을 완전히 뺐다가 조금씩 얻는 것이었다. 복수를 할 때 사자후처럼 갑자기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장면은 계산된 것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고 덧붙였다.

강지원은 2회 차 인생을 시작한 후 직장 동료이자 유지혁(나인우) 친동생 유희연(최규리 분)을 만나 패션에도 변화를 줬다. 일각에서는 강지원의 오피스룩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지원은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계산은 된 룩이었다. 독기 룩이라고 하더라. 많은 의상들 중에서 특히 과했던 패션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인정한다. 저의 선택이 좀 잘못된 것 같다"며 "그때 제가 생각한 것은 드라마적 허용 안에서 최대한을 보여드리자였다. 희연이라는 캐릭터가 달라짐을 이끌어줬다. 희연이가 재벌 캐릭터라 좀 더 화려하게 변신시켜 주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강지원은 "제가 오피스룩을 선보인 게 한 세 작품 정도 된다. 웹툰을 보면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머리, 스타일링이 너무 닮아 있더라. 그걸 같이 반복하긴 싫었고 뭔가 겹쳐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차라리 머리도 단발로 해버렸다. 다시 살아났을 때 완전히 다른 룩, 스타일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동창회 때도 더 드레시하게 입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것은 2023년 패션 트렌드를 쳐 봤을 때 오프숄더가 나와서 거기에서 나왔던 것이었지 않았을까. (스타일리스트와의) 소통에 실수가 있었다. 새로운 걸 추구하고자 초반에 다른 스타일리스트 분과 함께해봤는데 그분들도 너무 열심히 해주셨지만 조금 소통의 오류가 나서 9회 차부터 다시 10년째 함께한 스타일리스트로 다시 돌아갔다. 빠르게 집중해줘 룩에도 안정을 찾지 않았나. 초반 독기 룩은 드라마틱 했지만 조금 과했다 싶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후반부 오유라 역으로 합류한 보아는 몰입을 방해하는 연기력으로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박민영은 "두둔하거나 편을 들겠다는 게 아니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중간 투입은 누구에게도 힘들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힘든 건 중간 투입이고, 인기 많은 드라마에 중간 투입되는 건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켜켜이 쌓여 있는 레이어를 갑자기 어떤 인물이 뚫고 들어가는 건 정말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박민영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역할을 맡았는데 전 연기적인 것 말고는 더 예쁘게,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보아 씨가 저랑 동갑이기도 해서 그냥 눈만 봐도 '서로 되게 잘 버텨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촬영할 때 최선을 다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너무 가혹하게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행히도 저희는 너무 매력적인 빌런들이 많은 드라마이고 보아가 추가됐기에 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게 또다른 사이다를 위한 빌드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소재처럼 회귀하고 싶은 시기가 있냐는 물음에는 "초등학생 시절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눈치도 안 보고. 아직은 판타지도 있고 삶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순수한 시기"라고 답했다.

이어 "유희연 역할로 최규리 배우가 나왔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도 생각한 게 진짜 좋겠다고 생각했다. 20대가 갖고 있는 싱그러움, 맑은 눈과 터질 것 같은 볼이 너무나도 사랑스러더라. 이젠 살이 빠지면 얼굴부터 빠지는데 저 탱클함이 되게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를 한다면 지금보다는 많은 걱정을 하지 않고 어깨에 많은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때로 회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민영은 최근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tvN '그녀의 사생활',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JTBC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 tvN '월수금화목토' 등 '로코'(로맨스 코미디) 위주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다른 장르에 도전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박민영은 "사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로코'까지는 아니었다. 복수극에 로맨스 한 방울 정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민영은 "사실 지금 차기작을 보고 있다. 회사 측에 다음에는 로맨스가 빠진 장르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전한 상태다. 아마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게 될 것 같다"며 "로맨스는 제가 잘하는 장르다. 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박민영의 로맨스는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 수많은 변주를 줬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20~30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았다. 이제 30대 후반이 되면서 연기할 때도 알아가는 것들, 느끼게 되는 것들, 직접 겪은 것들을 토대로 많은 것들이 올라오더라. 아마 더 풍부하게 연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배우의 치명적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전 안 좋았던 기억도 잘 담아두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제 본업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것들도 있었으니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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