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결별, 사라진 '중도 돌풍'의 꿈···한동훈 수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합당에 실패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도 사라지게 됐다. 중도 표심을 대표할 만한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거대 양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으로 부동층 표가 상당수 흡수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 최근 공천 과정에서 반발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미래로 표를 뺏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2월 셋째주(13~15일) 기준 응답자 가운데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24%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된 표본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3.7%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가 넘는 무당층이 향할 수 있었던 통합 개혁신당이 깨지면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당 또는 민주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전통적으로 총선에 가까울수록 중도층은 줄고 양당 중 한 쪽으로 마음을 정하는 유권자들이 늘게 된다"며 "그나마 거대 양당 독점구도에 질렸던 유권자들이 중도와 실용을 표방하는, 그러면서도 존재감이 있던 빅텐트를 보고 '이번에 제3지대를 한 번 찍어볼까'하는 마음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이번 결렬로 오히려 실망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도라면서도 어느 정도 정권심판을 바라는 유권자는 민주당으로, 어느 정도 정권유지를 바라는 유권자는 결국 국민의힘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이번 분당 사태로 정치적 영향력과 리더십에 크게 상처를 입어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총선을 약 50일 앞둔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의 동력과 파급력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이준석 공동대표 측과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갈라서자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에 "통합이 깨지는 과정에서 제3지대의 통합 명분이 없었고 야합에 불과했다는 게 그대로 드러난 셈"이라며 "애초에 통합을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통합했으면 유지가 됐어야 하는데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 공천 과정이 지금까지 잡음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향후 반발하는 후보들이 나오더라도 이준석 대표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개혁신당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최근 공천 심사 관련 잡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심사 결과에 불복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고 새로운미래로 흘러들어간다면 민주당 유권자가 쪼개질 수 있단 측면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새로운미래가 개혁신당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민주당으로선 조국신당, 새로운미래로 인해 유권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미래 입장에선 최근 터져나오는 민주당 공천 잡음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만약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새로운미래로 이동하면 '기호 3번'도 노려볼 수 있다.
최병천 신경제연구소장은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가 함께 있으면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이 개혁신당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만약 현재 보도되는 것처럼 친문,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만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 대거 당을 빠져나온다면 민주당의 현재 3대 지지기반(친문, 친명, 호남) 중 하나인 호남 유권자도 새로운미래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민주당 유권자는 친문과 친명으로 두 동강이 나고 있는데 향후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총선에서 민주당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에 향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합류할지 여부가 개혁신당의 득표력에 변수가 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낙연 대표 측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공천권을 쥐어주기 위해 통합을 파기했단 '기획설'을 제기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 추천은 이낙연 대표 측에서 먼저 들어왔다"며 "김종인 기획설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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