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허덕" 부동산 공기업 연초부터 채권 발행 '러시'

정혜윤 기자 2024. 2.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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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초 부동산 관련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기존 사업 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채권 발행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은 공기업이 발행하는 우량 공사채에 몰려 채권 시장 전체 수급 상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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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31일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올 연초 부동산 관련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기존 사업 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채권 발행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규 채권 발행 주체까지 등장하면서 공사채 발행에 대한 채권 시장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88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8300억원, 대규모 개발사업을 맡은 각 지역의 도시개발공사 등은 1조7700억원 넘는 규모 공사채 발행에 나섰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사채 발행 규모가 에너지공기업 중심으로 빨라져 왔는데 이번에는 SOC(사회간접자본), 부동산 관련 투자가 배턴을 이어가고 있다"며 "에너지만큼 증가 속도나 등락이 크지는 않지만 증가세가 꾸준하고 이 같은 추세가 단시일 내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LH는 올해 부족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채권발행 한도를 13조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채권 발행 규모인 10조 9507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LH는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지난해부터 채권 발행액을 늘리고 있다. 자금 회수는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공급은 계속 확대해야 해서다.

HUG가 입주해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또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사채 발행 근거를 마련한 것도 채권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HUG는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후 채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약 5조4000억원 규모)의 4배까지로, 최대 21조원이 넘는 채권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HUG는 구체적인 공사채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본격적으로 HUG도 공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최근 지방공기업의 자본금, 공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면서 각 지역의 도시개발공사 공사채 발행 규모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도래 예정인 공사채 규모도 상당해 차환 발행 물량 부담도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공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78조원으로 전년(55조원) 대비 20조원 넘게 늘어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은 공기업이 발행하는 우량 공사채에 몰려 채권 시장 전체 수급 상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아직 올해 채권을 발행하지 않은 한국전력도 여전히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사채 발행을 부동산 관련 공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단기간 내 대규모 발행이 아니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새로운 발행 주체가 생겼다는 측면에서 공사채 발행에 대한 부담은 연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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