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는 전공의…“미래 금전적 보상 기대하며 주 80시간 견뎌”

박현정 기자 2024. 2. 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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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80시간 노동'이 합법인 전공의는 미래 보상을 위해 현재의 과중한 노동을 감수하고 있어 "억울함"이 더해졌단 의견도 나왔다.

ㄱ씨는 "법은 최대 80시간까지 근무를 허용하지만 실제론 주 100시간 가까이 일한다"며 "집단적 피로감과 자기 연민 상태에서 미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며 현재를 감내해왔는데 미래가 위협받는다니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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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 이유 들어보니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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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20일 의대 정원 2천명 확대에 반대하며 진료 현장을 떠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열어 집단 사직서 제출 뒤 대정부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대응을 강조하는데도 전체 전공의(1만3천명) 절반 이상이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한겨레는 전공의와 의대생, 전공의 시절을 거친 의사 등에게 이유를 물었다. 집단행동에 참여한 다수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으며, 의사를 늘려 의료취약지와 기피 과목 인력 부족 문제를 풀겠다는 정책을 비합리적으로 여긴다. 이에 더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대한 금전적 보상을 위협하는 공정하지 못한 상황으로 받아들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 ㄱ씨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 역시 “큰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개원가엔 의사가 충분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일을 덜 하면서도 수익이 많은 진료과목 쏠림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해법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의사는 충분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폐쇄성이 강한 소규모 집단 안에서 확대·재생산된다. 의사이자 교육평론가인 문호진씨는 “대학 시절부터 의대 밖 수업을 듣거나 다른 학과와 교류할 기회가 적은 탓에 근거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의사가 충분하단 주장만 계속 접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 가운데 전공의가 의대 증원에 앞장서 반기를 드는 건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와 기피 진료과목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27년 만에 늘리기로 했다. 의사를 추가 양성해 건강보험 수가(보상) 인상 등을 통해 필요한 분야로 유입시키겠단 계획이다. 의사 수요·공급 간 불일치를 ‘시장 논리’로 풀겠단 건데 이 논리에 따라 의사가 늘면 수익도 현재 수준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2천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총선을 앞두고 전격 발표한 지점은, 표심을 고려한 정치적·비합리적 결정이란 주장에 힘을 더한다.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외진 지역과 기피 과목에 의사가 가길 원하면서 왜 소득을 낮추는 정책이 맞다고 하냐”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배경이다.

이날 대전협 총회에 참여한 전공의 ㄴ씨는 “정부가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할 투자는 하지 않고 의대 증원이란 손쉬운 방안을 택한 것”이라며 “의사가 늘어도 환자들은 ‘빅5’ 대형병원으로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80시간 노동’이 합법인 전공의는 미래 보상을 위해 현재의 과중한 노동을 감수하고 있어 “억울함”이 더해졌단 의견도 나왔다. ㄱ씨는 “법은 최대 80시간까지 근무를 허용하지만 실제론 주 100시간 가까이 일한다”며 “집단적 피로감과 자기 연민 상태에서 미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며 현재를 감내해왔는데 미래가 위협받는다니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각자도생의 경쟁 구조에서 능력에 따른 보상을 공정하다고 여기는 인식도 집단행동에 불을 지폈다. “힘들게 얻은 의사 자리를 나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얻는 건 불공정하다”고 여긴다는 풀이다.

박현정 김윤주 박고은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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