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明횡사’ 공천에… 친문·비명 연쇄 회동, 집단행동 예고

김경화 기자 2024. 2.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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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위 20% 대부분 비명계
윤영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비(非)명횡사’ 공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경선에서 최대 30%의 감점을 받는 ‘현역 하위 20%’ 의원에 비주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비명계는 “시스템 공천이라더니, 비선이 동원된 계파 공천”이라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20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위 10%를 통보받아 재심을 신청하겠다”며 “단 한 번도 계파·패거리 정치에 몸을 맡기지 않아 많은 고초를 겪었고 오늘의 이 모욕도 그 연장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로 이재명 대표에게 각을 세우다 보니 ‘보복성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명계인 김영주 의원은 전날 하위 20% 통보를 받자 “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했다”며 탈당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치욕스럽다”면서도 “손발이 다 묶인 경선이지만 사당화 위기에 빠진 당에 남아 승리하겠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도 오후 기자회견에서 하위 10% 통보 사실을 밝히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 목표는 이재명 대표 개인 사당화의 완성인가”라면서도 “굴복하지 않겠다”며 당 잔류 의사를 밝혔다.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가 되면 당 경선에서 감점을 받는다. 민주당 당헌 100조는 ‘하위 10%’ 평가자는 경선 전체 득표에서 30% 감산, ‘하위 10~20%’ 평가자는 전체 득표에서 20%를 감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명계 의원 입장에선 하위 평가자가 되면 개딸들 비난에 감점까지 더해져 경선 승리가 더 힘들어진다. 박 의원과 윤 의원 측은 모두 회의 출석률이나 법안 발의 등 ‘정량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을 이유가 없는데, 비명계라는 이유로 ‘정성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아 “사실상 평가가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31명 대부분이 비명계 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비명계에서는 “한두 명 친명 쪽 인사가 포함됐으면 공정한 평가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만 집중적으로 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을 거다.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하위 평가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했다. 이 대표는 탈당한 김영주 의원을 향해선 “안타깝다”며 “제 개인이 주관적으로 점수를 드렸다면 분명 좋은 평가였을 거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당”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며 “환골탈태하는 과정의 진통으로 생각해 달라.공천은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비명계에서는 “‘비명 찍어내기’ 공천이 당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비명계 구심점 중 한 명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은 무너진 것 아니냐”고 했다. 홍 의원은 이 대표가 언급한 ‘환골탈태의 진통’에 대해 “살 수 없을 정도의 진통도 있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도 “혁신은, 제 살 깎아내기가 혁신”이라고 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하위 20%’ 개별 통보가 시작된 지난 19일 저녁 모여 심야까지 대책 회의도 열었다고 한다. 20일 오후에도 비명계 의원들은 홍영표 의원실에서 집단 회동을 가졌고, 문재인 정부 장관 및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들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비주류 진영은 여러 모임과 회의를 이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실시됐다는 의혹 등에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들은 일단 ‘탈당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그런 것까지는 아직 아니고 당 정상화에 지혜와 힘을 모아보겠다”고 했다. 전해철 의원도 “21일 의원총회에서 필요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당에서 민주를 외치는 게 부끄럽지 않나, 탈출해야 한다”고 했다.

☞비명횡사(非明橫死)

뜻밖의 사고로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의 비명횡사(非命橫死)에서 따온 말. 민주당 의원 평가 하위권에 비명(非明·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알려지자 비명계 죽이기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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