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도입하는 실버 비즈니스, 수출 경쟁력이 관건”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4. 2.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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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김택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장

“실버 비즈니스는 기업의 사업 모델이 좋아 보여도 현장 적용 때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장 수요와 경영 실적이 좋아지고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김택식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장은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전 세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실버 비즈니스 시장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고, 고령 친화 산업 기업들이 AI(인공지능)·로봇 등 첨단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2005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들어간 뒤 국내외 보건 산업 연구와 다양한 신사업 기획을 해 왔으며, 현재 고령 친화 산업 육성을 총괄하고 있다.

김택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장은 인터뷰에서 "고령화 시대에 맞춰 고령친화산업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수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김기훈 기자

- 전 세계 고령화 추이는?

“유엔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인구 77억명의 약 10%인 7억7000만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2050년에는 16%로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화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반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소비 욕구와 자기 투자 성향이 강한 고령층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고령 친화 산업의 흐름은?

“먼저 AI(인공지능)와 로봇을 활용한 ‘디지털 돌봄’이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돌봄 인력은 점차 부족해져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다. 예컨대 독거노인 집에 다양한 센서와 IoT(사물 인터넷) 시스템을 설치하여 노인의 일상생활을 모니터링하면서 응급 상황에 대응하고 건강을 관리해 준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AI가 주기적으로 노인과 음성 대화를 하면서 내용을 저장하고, 이전 대화와 비교 분석해 건강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구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돌봄 로봇 ‘모바일 알로하’는 요리, 청소, 세탁, 설거지 등 사람의 움직임을 로봇에 학습시키는 기능을 통해 로봇이 그 사람의 가사 업무를 같은 방식으로 대행하도록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개발중인 AI(인공지능) 가사로봇 '모바일 알로하'이 설겆이 하는 모습. 인간이 생활패턴을 학습시키면 그 사람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스탠퍼드대학

- 다른 흐름이 있다면?

“보험사, 은행 등 금융 기업들이 고령 친화 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과 유사한 노인 복지 주택을 국내에서 운영 중인데, 현재 입주를 원하는 대기자가 상당하다고 한다. 독립적인 생활이 보장되면서 식사, 청소, 빨래 등 가사 지원과 적절한 커뮤니티 활동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도심권에 있는 노인 복지 주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또 노인의 사후 유언 집행, 후견 활동 등을 해주는 신탁 상품도 금융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 밖에 고령층을 겨냥한 식료품과 건강 기능 식품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눈, 관절, 근육, 뼈, 당뇨, 수면, 면역력 등 주요 신체 부위 또는 증상에 특화된 기능성을 가진 식품과 음료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전세계 은행과 보험회사들이 고령자 대상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KB골든라이프케어

-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실버 비즈니스는 분야가 다양하고 노인들의 건강 상태와 소비 특성에 따라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도 다양하기 때문에 대부분 중소기업이 세부 영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큰 기업으로는 최근 디지털 돌봄 분야에서 네이버의 ‘클로버 케어 콜’이, 고령 친화 식품 분야에서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풀무원, 대상웰라이프, 일동후디스 등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돌봄, 요양 시장이 확대되면서 ‘케어닥’이라는 시니어 케어 플랫폼 기업이 최근 1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눈에 띄는 큰 기업이 많지 않지만 국내외 실버 비즈니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고령층 973만명을 넘어 전 세계 7억7000만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이 있나?

“한국 기업들은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가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유럽과, 대량생산을 통해 저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일본 파나소닉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침대 절반이 나눠지면서 휠체어로 변형되는 분리형 침대를 만들어 우리나라 동종 제품의 3~4배 값에 팔고 있다. 반면 중국은 보행 보조차, 휠체어, 지팡이 등을 저렴하게 생산해 우리나라 복지 용구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다. 첨단 기술 접목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를 확대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출 시장을 뚫는 것이 한국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먼저, 실버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제품이 좋아 보이거나 효용성이 높아 보여도 실제로는 노인들이 잘 안 쓰거나 불편해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만 보고 투자해서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해당 제품과 서비스가 현장에서 잘 쓰이고 만족도가 높은지,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상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노인 복지 지원 지출과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의 지출 비율이 크다. 다만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신고령층에서는 노인 본인의 선택과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성 높은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 투자하고 국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I와 로봇 기술이 인간의 업무를 지원하고 보완하면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고령 친화 산업이므로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해 해외 공략에 나서면 국내 기업도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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