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호수의 녹조와 악취 막으려면 ‘축산 총량제’ 절실하다
우리나라 저수지는 절반 정도가 부영양화(富營養化) 상태이고 녹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역 인구가 많지 않은 농촌 지역에서도 녹조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호수의 유역을 돌아보면 대개 농경지가 많거나 축산 농가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수 부영양화는 인(燐)이라는 영양소의 과다 현상인데, 축산의 영향이 큰 이유는 가축의 인 배설량이 사람의 배설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소의 인 배설량은 사람의 약 20배, 돼지는 약 10배다. 소 100마리의 인 배설량은 인구 2000명의 그것과 같다. 호젓한 농촌 저수지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전국의 인 사용량을 살펴보면 비료가 44%, 가축 사료에 함유된 인이 36%를 차지한다. 사료 중 인은 축산 분뇨로 배출되는데, 퇴비로 만들어 농업에 사용하는 것이 직접 하천에 배출하는 것보다 오염이 적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수질오염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퇴비를 만들어도 인은 썩어서 없어지는 물질이 아니며 부숙(腐熟·썩혀서 익힘) 후에도 끝까지 남아 결국 밭에서 유출되기 때문이다. 퇴비는 인 함량이 높아 퇴비를 많이 쓰면 인의 과잉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인은 농지 토양에 흡착되고 5~10%만 유출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하천과 호수 부영양화에 충분한 양이다.
퇴비를 많이 사용하면 작물 생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인과 부식질(腐植質·humus)의 근원이므로 수질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퇴비는 가축 분뇨와 톱밥 등 식물 잔재를 섞어서 만드는데, 식물 잔재에서 생성되는 부식질은 수돗물에서 발암 물질을 생성하는 원인 물질이다. 유럽에서는 농경지 경사가 완만하고, 폭우가 없어 퇴비를 사용하더라도 유출이 많지 않아 유기농이 친환경 농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사진 밭이 많고 폭우가 내려 표토가 심하게 유실되는 우리 자연환경에서는 퇴비가 폭우에 유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고, 토양의 인 함량이 높으면 하천수의 인 농도가 높아져 녹조 현상 원인이 된다.
분뇨를 퇴비화하는 것으로도 오염을 막을 수 없다면 축산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 규모에 비하여 인 발생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 많은 환경학자의 견해다. 우리는 가축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래 자연의 건전한 물질 순환은 식물을 먹은 동물의 배설물이 식물에게 되돌아가 양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료를 수입하고 배설물은 반출하지 않으니 인의 물질 순환 과정이 심각하게 왜곡되었으며 국토의 환경 용량을 초과하는 인 과다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미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축분을 모두 퇴비화하여 농경지에 골고루 뿌린다고 해도 인의 양이 필요량을 초과하므로 수질 보호를 위해 축산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환경부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는데, 그 후에도 축산은 계속 증가했다. 게다가 화학 비료는 여전히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으니 농경지의 인 과다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축산이 증가하면서 하천의 부착조류 과잉 번성, 호수의 녹조 현상 등 수질 악화가 일어나 수질 개선과 정수 비용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악취로 인한 주민 피해도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환경 용량을 고려하면 사료 대신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피해가 적다. 수입 곡물에 의존하는 축산은 식량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분뇨를 처리할 농경지 면적 확보를 의무화해 가축 사육 두수를 제한하거나, 인 배설량에 대해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조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만금 사업에서 축산 단지를 보상 철거한 적이 있고, 여러 지역에서 ‘축산 총량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토 환경 용량에 맞추어 적정 축산 규모를 산정하고 규제해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