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다른’ 감동의 합창, 춘천 이야기로 부른다

김진형 2024. 2. 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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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오늘 춘천문예회관서 첫 연주회
김유정 등 문학 바탕 작업 구상
대중성·전문성 갖춘 합창 추구
“지역 고유의 콘텐츠 확장 고민
관심 멀어진 소재도 음악으로”
▲ 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휴가다(休歌茶)-모닝콘서트’를 앞두고 공연 장소인 춘천문화예술회관 로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유희태

합창은 목소리만으로 감동을 전하는 장르다. 개인을 뒤로 하고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뭉클함을 준다. 합창 공연에서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 ‘지휘자’뿐이다. 대신 소리의 목표를 설정하고 화합을 구현한다. 올해 초 부임한 최상윤 신임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합창의 기본기 향상과 함께 지역 문화콘텐츠 확장이라는 큰 줄기를 함께 세우고 있다.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1시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드러난 그의 고민은 지역과의 연결에 집중돼 있었다. 그는 지역 프로합창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우고 참신한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김유정 등 문학을 소재로 한 작업을 계획중이다. 지역에 기반해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음악으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표현하겠다는 포부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화법과 ‘무언가 다른’ 감동을 선보이겠다는 진심이 줄곧 묻어나왔다. ‘음악을 더 잘하고 싶다’는 그의 갈망은 춘천시립합창단의 새 출발을 위한 동력이 되고 있다. 최상윤 지휘자의 첫 연주회는 21일 오전 11시 춘천문화예술회관 로비에서 열리는 ‘휴가다-모닝콘서트’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호영과 더블베이시스트 박진교가 협연하는 연주회는 ‘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열린다. 홍난파의 ‘고향의 봄’부터 베토벤 ‘아델라이데’, 존 루터 ‘음악은 항상 내 곁에’, 김윤아 ‘하하하쏭’, 조시아 켈리 앳우드 ‘구름 없는 날(Unclouded day)’까지 봄의 기운을 품은 노래를 전한다. 공연에 앞서 진행한 최상윤 지휘자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춘천시립합창단 부임 소감은.

“평소에도 춘천에 많이 와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다. 단원들과 연습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마음을 많이 느꼈다. 지휘자로서 앙상블을 편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휴가다(休歌茶) 모닝콘서트를 앞두고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전임 지휘자의 임기가 길었다. 부담감이 클 것 같다.

“12년은 지휘자로서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간 합창단이 보여준 좋은 모습들이 있어 나 또한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낀다. 내가 춘천에 있는 동안 합창단이 음악적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떠날 때가 다가온다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조금 더 성숙한 음악을 이끌어냈던 지휘자로 기억되고 싶다.”

 

-춘천시립합창단만의 특색이 있다면.

“단원들의 악보 읽는 능력이 굉장히 빨랐다. 음악적으로 정말 잘 하고 싶다는 열정도 느껴진다. 지휘자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줬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나올 것 같다. 춘천시립합창단에 망설임 없이 지원한 이유 또한 ‘좋은 합창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청사진이 궁금하다.

“지휘자로서, 합창단으로서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단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호흡을 맞춰 나가겠다. 프로합창단이기 때문에 일반 사설합창단과 비슷해서는 안된다.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고 싶다. 누군가는 감동을 받고 또 다시 공연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고 싶다. 대중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곡들을 시립합창단만의 음악적 언어로도 선보이겠다.”

 

-결국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합창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음악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그림을 볼 때,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주는 메시지가 있네’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우연히 듣는다고 해도 마음에 와닿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연습부터 하고 있다.”

-앞으로 선보일 주요 프로그램은.

“정기연주회와 특별연주회, 찾아가는 연주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대미사’를 포함해 오케스트라, 솔리스트와의 협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취임연주회 때는 하이든의 ‘테 데움’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무거운 음악만을 할 수는 없다. 아는 것도 있어야 즐겁다. 대중적인 성격의 재즈곡과 영화음악도 소개하고, 9월에는 순수 합창무대를 꾸린다. 현대 무반주 합창부터 가곡, 대중가요, 이국적인 세계합창 등을 새롭게 편곡할 예정이다.

-지역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춘천 시인들의 시를 가지고 작곡가들에게 위촉, ‘춘천, 문학을 노래한다’라는 주제로 공연을 열 예정이며 춘천에 관한 노래들도 발굴하겠다. 김유정의 소설을 칸타타로 만드는 계획도 있고, 내년에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소개하고 싶다. 문화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 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휴가다(休歌茶) 모닝콘서트를 앞두고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김유정 이야기가 흥미롭다.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봄봄’·‘동백꽃’부터 느지막이 다시 읽고 있다. 책으로도 읽고 오디오로도 듣고 있는 중이고, 문학으로만 느껴졌던 것을 재해석 하고 싶다. 김유정에 대한 콘텐츠 중 합창은 우리가 처음인 것 같다. 대사와 묘사를 어떻게 합창으로 풀어낼까 고민이 많다. 은유적인 가사를 쓰기 위해 작곡가와 역할 논의가 중요할 것 같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낭독자를 포함할 생각인데, 음악적 메시지 전달과 스토리 전개도 때문에 극작가도 필요하다. 얼마 전 조각가 권진규 또한 춘천에 와서 처음 알았다. 누군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관심 속에서 멀어지는 것들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다. 일이 점점 커진다.”

-제주와 안동에서도 지역을 소재로 한 공연을 여럿 선보였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달라.

“안동에서는 ‘원이 엄마’를 선보였다. 조선시대 젊은 나이에 남편을 갑자기 떠나보낸 부인이 그를 그리워하는 편지를 관 속에 넣었고, 1998년 안동 택지개발 당시에 발견됐다. 당시 애절한 이야기를 합창곡으로 만들었다. 서귀포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제주의 식물을 세계에 알리고 감귤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에밀타케 신부를 주제로 공연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보통 노고가 들어가는 작업이 아니다. 일반 프로그램만으로도 바쁠텐데, 지역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는.

“유럽음악을 연주하는 일도 좋다. 하지만 ‘글로컬’이라는 말,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것에 절대 공감한다. 우리 합창단이 해외 본고장의 음악을 연주해도 그들만큼 잘 할 수는 없다. 아리랑을 해외 합창단이 비슷한 발음으로 불러도 우리 정서에 적합하지는 않다. 우리 것, 우리 지역에 대한 것을 고민하고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춘천 또한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약사천을 걸으며 춘천의 느낌을 생각하고 있다.”

-춘천의 정서나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춘천에 어울리는 합창곡 하나 뽑아달라.

“질문지를 받고 인터뷰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딱 들어맞는 곡이 없었다. 이제는 춘천하면 떠오르는 합창곡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춘천을 소재로한 합창곡이 만들어질 시기다.”

-춘천의 지역 합창단도 상당히 많다. 이들과의 연계 방안은.

“온세대합창페스티벌과 같이 큰 규모의 축제는 최대한 협조하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지역 합창단과 함께하는 공연을 열겠다. 합창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과의 연계는 중요하다.”

-지휘 입문 계기는.

“대학 시절에는 합창음악에 대해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다. 음악교사를 6년 정도 했는데, 어떻게 하면 합창단 소리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좋은 요리의 비법을 찾듯 여기저기 배우러 다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유학에 올인했다. 단지 학위를 취득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밑에서부터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고,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음악을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

“교사 생활을 할 때 어느 공연장에서 멘델스존의 합창곡을 듣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저 음악이 나에게 들려주는 깊은 울림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달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 내가 느낀 감동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계속 악보를 들여다보고 공부를 하다보면 음악적 소재가 계속 나온다. 음악을 하는 내내 갈망하고, 공부해야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다. 하나의 프레이즈를 연주하더라도 꼼꼼하고 섬세하게 다듬어 표현하는 노력이 쌓여져야 음악이 만들어진다.”

-합창 지휘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합창에는 두 가지 ‘B’가 있다. 블렌딩(blending·섞음 및 통일성)과 밸런스(balance·균형)다. 희한하게도 두 가지를 만들어갈 때 나머지가 완성된다. 통일된 음정과 발음, 서로에 대한 배려가 음악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음색을 하나로 만들어내려면 계속해서 이 두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 하나 튀는 것이 아니라 균형감 있게 가는 것이다. 고음 파트만 큰 것은 어디에서는 들을 수 있다.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에 시간을 많이 들인다.”

▲ 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휴가다(休歌茶) 모닝콘서트를 앞두고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국내 음악여건의 특성상 교향악단에 비해 합창단에 대한 수요가 적은 편이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관객 입장에서 재미와 감동, 하나라도 얻어야 올 수 있다. 관객들이 기존 선호하던 장르에서 발걸음을 뗀다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뭉클함이 있어야 음악회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다. 결국은 감동이다.”

-일반 관객들에게 합창이 “이래서 좋다” 라고 말한다면.

“정말 잘하는 합창 들어보면 감동이 있다. 싱어들이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지고 하나의 소리로 표현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가 있어야만 한다. 자기 것을 내려 놓고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음악을 다듬어나가는 과정에 합창의 매력이 있다. 합창을 잘하는 것은 어렵지만 같이 노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접근성 면에서 좋다. 말할 수 있으면 노래하고, 걸을 수 있으면 춤추는 것 처럼 말이다.”

-관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관심이 없으면 자칫 우리들만의 활동으로 끝날 수 있다. 많은 응원을 해주신다면 큰 힘을 얻어 앞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말 보다는 한 번만 들어도, 다시 공연장을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합창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뭔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자꾸 회자되는 합창단이 됐으면 한다.”
진행·정리/김진형·최우은

◎ 프로필

△경희대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합창지휘 석사 △미국 노스텍사스대 합창지휘 박사 △경희대·장로회신학대·경북대·계명대 출강 △안동시립합창단 지휘자 △제주도립서귀포합창단 상임지휘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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