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되기②]학원·공모전부터 웹소설까지…작가 등용문?
방송아카데미→사설 교육원까지 다양
공모전·웹소설·웹툰을 통해 등단하기도
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활동했던 드라마 작가의 배경이 확장되고 있다. 채널의 다양화는 물론 OTT 서비스와 플랫폼이 신생되며 K드라마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기의 중심에는 드라마 작가들이 있다.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의 가장 기본이자 시작, 그곳을 꾸미는 작가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K드라마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드라마 작가 양성 프로그램 역시 확대되고 있다. 드라마 작가는 자격증이 따로 있는 직업이 아니기에 많은 지망생들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또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대부분 문예창작과 등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 작가는 작품에 대한 열의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되는 방법 역시 무궁무진하다.
먼저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극본의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현재 방송사 KBS MBC SBS 방송아카데미에서 '드라마 작가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겨레 등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 등 다양한 기관들이 드라마 작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 유명 드라마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교육을 운영하기도 한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이 그 예다.
교육기관에선 작가에게 필요한 스토리 구성·대사 작성·등장인물 개발 등 기술을 가르친다. 모두 동일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대부분 기초반 중급반(창작반) 고급반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안에서 소재·아이템을 개발하고 시리즈·드라마, 웹툰 등 장르를 세부적으로 나누기도 한다. 일정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 면접을 보기도 하며 때에 따라 직접 작성한 극본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 뉴욕의 한 대학교 영문·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안 모 씨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다. 안 씨는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드라마 작가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박지은 작가의 '내조의 여왕'과 강은경 작가의 '제빵왕 김탁구'를 보며 인생 경험을 쌓아 드라마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거주 중이기에 수업은 줌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시차 때문에 새벽에 강의를 수강한다. 안 씨는 "시중에 나온 국내외 작법서적을 읽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 한국 드라마 아카데미에서 기초반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망생 이 모 씨는 어릴 적 '울라불라 블루짱' '매직키드 마수리' '마법전사 미르가온' 등 어린이 드라마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이 씨는 "원래는 방송아카데미에서 들으려고 했지만 타지에 살고 아직 완성된 작품이 없어 교육원에 지원했다"며 "이 밖에도 지망생들이 모인 카페 '기승전결'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전했다.
이어 "중학교 때 히가시노게이고 추리소설에 빠졌고 드라마 '싸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사·추리·범죄·스릴러 장르에 관심을 가졌다. 현실 사건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공모전이다. 여러 공모전이 각종 방송사와 신인 창작자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이 전공 학력 등 상관없이 지원 가능하며 수상작에겐 TV 송출 기회가 주어져 지망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현재 '제 1회 동국대X판타지오 드라마 극본 공모전'과 'CJ ENM 스튜디오 공모전' 그리고 '2024 MBC 드라마 극본 공모'가 진행 중이다.
'제 1회 동국대X판타지오 드라마 극본 공모전'은 문학과 예술 분야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드라마 작가들의 창작 열정 고취와 관련 분야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학교와 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은 사업이다. 신인·기성 작가에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1월 2일부터 3월 29일까지 접수받고 있다.
판타지오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난해 동국대와 K콘텐츠 발굴을 위한 협력을 위해 MOU를 체결했고 극본 공모전과 문학상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수상자는 판타지오 제작 드라마를 비롯해 드라마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J ENM 스튜디오 공모전'은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웹툰 총 4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상금 규모만 2억 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당선작이 영상화될 경우 별도의 인센티브까지 추가로 받는다. 접수기간은 3월 4일부터 18일까지다.
'2024 MBC 드라마 극본 공모'는 4월 8일부터 접수를 시작하며 단편·장편·단막 2부작·시나리오·미니시리즈 부문을 운영한다. 당선자는 1년간 MBC 전속작가 신분으로 작품을 개발할 수 있다. 역대 수상작 중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은 '검은 태양' '자체발광 오피스' '앵그리맘' 등이다.
이 밖에도 CJ ENM의 '오펜 스토리텔러'와 '2024 JTBC X SLL 신인작가 극본공모' 등 규모 있는 공모전들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오펜 스토리텔러' 당선작은 '오프닝'(O'PENing)을 통해 영상화 되고 tvN과 티빙에 공개되며 '2024 JTBC X SLL 신인작가 극본공모'는 인턴십을 진행하고 담당 EP와 PD가 매칭된다.
이 밖에도 웹툰과 웹소설로 기반을 다진 후 TV드라마로 등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웹툰·웹소설의 드라마화가 급격히 증가하며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웹툰과 웹소설로 팬층을 먼저 쌓았다. 인기를 얻자 드라마화가 진행됐고 드라마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JTBC '킹더랜드' 최롬 작가 역시 원작인 동명의 웹툰으로 시작했다.
방영 중인 KBS '환상연가'와 넷플릭스 '살인자ㅇ남감'은 웹툰이 원작이다. 3월 방영 예정인 KBS2 '멱살 한번 잡힙시다'와 tvN '웨딩 임파서블'은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로 범위를 확대하면 SBS '모범택시'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JTBC '신성한 이혼'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경이로운 소문'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두나!' '마스크걸' 등이 있다. 2023년 드라마 업계를 뜨겁게 달군 작품 대부분이 웹툰과 웹소설로부터 출발한 셈이다. 웹툰의 전설 강풀 작가 역시 디즈니+에서 '무빙'을 직접 만들었다.
4년 차 웹소설 작가 박 모 씨는 웹툰·웹소설의 드라마화에 대해 "좋은, 잘 만들어진 이야기가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활자보다 드라마·영화 등 시각적으로 접하는 게 익숙하고 고전 소설이 연극·드라마·뮤지컬로 재탄생해서 사랑받는 것과 같은 제작"이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시절 팬픽 경험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박 씨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탐색하다 눈에 들어온 게 웹소설 작가였다"고 전했다. 팬픽은 팬 픽션(Fan Fiction)의 줄임말로 팬이 만든 소설을 가리킨다. 인터넷 소설이 발전하며 급속도로 확장됐다.
박 씨 역시 웹소설을 넘어 드라마로 영역 확장을 준비 중이다. 현재 드라마 관련 수업을 수강 중인 박 씨는 "웹소설 작업이 재밌고 돈도 벌 수 있지만 드라마를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 인간의 본성을 뜯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계속>
culture@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방 압박' 받는 카카오, 공정위와 갈등 심화…줄줄이 행정소송
- 김하늘 vs 김남주 vs 이보영…'시청률 퀸'의 3월 대격돌[TF프리즘]
- '과반' 외치더니…민주당 '밀실공천·비례정당' 두고 시끌시끌
- '347억 임금체불'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 구속…"증거인멸·도주 우려"
- 총선 D-50…경북지역 21대 국회의원 13명의 지난 4년 성적은?
- [드라마 작가 되기①] K드라마의 '글로벌 확장', 첫 단추는 대본
- 유튜브 마케팅으로 '올드한' 이미지 벗고 젊어지는 제약사들
- 김하늘 vs 김남주 vs 이보영…'시청률 퀸'의 3월 대격돌[TF프리즘]
- [의대증원 파장] 정부·학생 사이 낀 대학당국…집단휴학 사실상 속수무책
- [의대증원 파장] 의협 "국민 생명 볼모로 잡는 건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