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겁박, 부당 명령들 전면 철회하라…의대증원 백지화 촉구"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정책 지켜볼 수 없어" 82명 이름올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5시간 가까이 대책회의를 가진 끝에 "정부는 의대증원을 전면 백지화하며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하나둘씩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진행한 뒤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해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전협은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증원 정책을 비판하며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정책이지만 19쪽에 불과한 보건복지부의 문서에는 피상적인 단어만 나열돼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서 2000명이라는 의대증원 규모를 두고 '어처구니없는 숫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면서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정부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정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진다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최저 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이제껏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 대한민국 의료가 마비된다는 상황이 바람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대전협은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작금의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 이를 지금까지 방조했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가"라며 "정부는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정부는 1만5000명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사찰한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에 총 7가지 사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와 증원과 감원 논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할 구체적인 대책 △주 80시간에 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거론했다.
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대한 정부 방침과 관련해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 전면 철회와 전공의들에게 정식 사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 강제 노동 금지 조항 준수를 촉구했다.
대전협은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면서 "밤을 지새우며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도 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에 기뻐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대전협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유감"이라며 "정부가 조속히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대전협은 이날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4시간40분간 회의를 진행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총회에는 전국 각지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의원(전공의 대표자) 86명과 대전협 홈페이지를 통해 참관을 신청한 일반 전공의 20명 등 106명이 참석했다.
이번 성명에는 각 병원을 대표할 전공의 총 82명이 대전협 뜻에 동참한다는 취지 하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협은 지난 총회에서 회장 제외 집행부 전원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한 터라 이번 총회를 통해 비대위원장 등을 선임했다. 비대위원장은 박단 대전협 회장이 맡기로 했고, 비대위원에는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 등 12명이 참여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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