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K배터리, 일본 전철 밟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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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일본은 또다시 열광했다.
일본이 배터리 종주국이기에 일본인들이 더 환호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배터리 산업은 2015년경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넘길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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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현 경쟁력에 취해 있으면 일본 꼴 날 수도
일본이 배터리 종주국이기에 일본인들이 더 환호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시노 교수가 근무했던 기업 아사히카세이는 1985년 리튬이온 배터리 특허를 등록했고, 1990년대 소니 등이 그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일본의 배터리 산업은 2015년경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넘길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톱10에 일본 기업으론 파나소닉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물량 기준으로 친다면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이 세계 1위다. 배터리 종주국 일본은 왜 10년도 안 돼 존재감이 약해졌을까. 전기차로 바뀌는 시류를 읽지 못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 소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만들기 쉽다. 영국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은 1834년 전기로 움직이는 마차를 만들었다. 내연기관차가 발명되기 30년 전이었다. 배터리만 있으면 차량이 굴러가기에 수많은 기계를 조합해야 하는 내연기관차보다 난도가 낮았다. 다만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내연기관차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돼 연료비까지 떨어지자 전기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0년대 초 짧은 전기차 붐도 있었다. 전기차 구매자에게 약 2000만 원의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했던 때였다. GM 쉐보레 볼트, 닛산 리프, 기아 니로 등이 그때 탄생했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회 충전으로 150㎞도 달리지 못했고, 충전은 느렸으며 충전소 수도 적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를 외면했고, 덩달아 일본 배터리 기업들도 배터리 개발에 소홀했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LG그룹은 고 구본무 회장의 지원 아래 만년 적자였던 배터리 사업을 30년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덕분에 중국 이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나왔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에코프로비엠의 권우석 전 대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투자만 해야 했던 10년여의 시간은 지옥과도 같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유럽연합(EU), 노르웨이 등 주요국들이 탄소 저감을 위해 2025∼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한국 배터리가 제대로 때를 만났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강제된 미래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일본은 다시 칼을 갈고 있다. 이번엔 정부가 나섰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축전지 산업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약 55조 원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은 아예 노골적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거기에 연구개발(R&D)을 담당할 석박사급 인재가 매년 쏟아져나오면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한국이 지금의 배터리 경쟁력에 취해 있다면 언제든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박형준 산업1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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