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액 체납자 감치’ 도입 3년간 집행은 1건뿐
세금 29억3700만원을 체납한 한의사 A(61)씨가 지난달 말 검찰에 붙잡혀 구치소에 갇혔다. 고액·상습 체납자를 최장 30일간 가둘 수 있는 ‘감치(監置)’ 제도가 지난 2022년 시행된 이후 실제로 집행된 첫 사례다.
A씨는 2012~2018년 강의료와 자문료로 52억6800만원을 벌었지만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재산을 숨기면서 세금을 내지 않다가 검찰의 감치 재판 청구로 작년 2월 법원에서 ‘30일 감치’를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감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즉시 항고를 내겠다”고 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이후 검찰이 A씨를 붙잡는 데 11개월이 걸렸다.
고액·상습 체납자 감치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 3년째가 됐지만 검찰이 법원에 감치 재판을 청구한 사례는 9건에 그쳤다. 이 가운데 5명에게 감치가 선고됐는데 실제 집행된 경우는 A씨뿐이다. 나머지 4명은 도주, 다른 죄목으로 수감, 즉시 항고 절차 등을 이유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감치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합계 2억원 이상의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한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또 법원에서 감치 선고가 내려져도 바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없다. 당사자가 감치 선고에 대해 즉시 항고를 할 수 있는 기간(7일)에는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도주하면 지명 수배나 영장 발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감치 선고를 받고 달아나 1년을 넘기면 선고 자체가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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