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상처 아물었을까?…84인 ‘악몽의 기록’
[KBS 전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심리상담 : "전화하면 사랑한다고, 맨날 나 사랑한다고, 이제는 그런 말도 못 듣고…. 가끔 이렇게 비가 오면 또 슬픔이 올라오는 거죠."]
지난해 여름,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가족을 잃은 여성의 고백입니다.
KBS는 재난경험자들의 심리 변화를 진단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허락을 구해 이 기록을 남겼습니다.
2020년 섬진강 수해민, 2022년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등 84명의 기록입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재난 이전의 삶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나쁨' 단계에 머물러 있고, 재난을 겪으며 악화된 건강은 거의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수면의 질 또한 나아진 경우는 25%에 불과했는데, 실제 재난의 기억은 악몽이 돼 이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습니다.
[박순임/2020년 섬진강 수해민 : "꿈을 꿔요. 꿈이 꿔져요. 무섭죠. 그게 불쌍하니까 우리 동생이 비만 많이 오면 전화를 해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가운데 80%에 달했고, 10.7%는 자살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 불안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특히 취재진과 연구팀이 주목한 결과가 있습니다.
국가의 재난구호 활동 가운데 중요도를 묻는 조사에서, 섬진강 수해민과 서울 반지하 침수 피해자들은 '심리회복 지원'과 함께 '물질적 보상'을 꼽았으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은 심리 치료는 높은 요구도를 보인 반면, 경제적 지원은 대체로 원하지 않았습니다.
목숨값을 먼저 계산하는 지금의 재난 구호 시스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입니다.
[이선지/계명대학교 임상심리학 박사수료 : "오송 같은 경우는 진상규명이 훨씬 더 필요하고, (망자의) 명예나 이런 것들을 지켜줄 수 있는 부분에서 심리 지원들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되고…."]
재난 경험의 유형에 따라 국가의 구호 활동 접근법이 달라야 함을 시사합니다.
실제 청주시는 참사 사흘 만에 사망 보험금 등 5천만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유족들의 심리 회복 지원은 시작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최윤경/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전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장 : "재난을 경험하고 1년, 2년, 3년 이렇게 경과한 분들한테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목소리를 들어봤다는 측면에서 재난 심리지원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KBS와 계명대학교 연구팀은 조사 참여자 가운데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발견해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최희태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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