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의 삼코노미] 산업도 주식도 부동산도 ‘초고령사회’ 눈으로 보라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가 아닌 게 없다. 여름철 태풍과 겨울철 폭설에도 경제적 충격을 따져야 하고, 전쟁이 기름값을 들썩이게 하고,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임승차도 논쟁거리이다.
이렇게 현실세계의 모든 것에 경제적 의미와 그에 따른 논리가 담겨 있다. 사실 우리는 경제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문가가 아니면 말하기 어렵고 이론적으로 배우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경제(Economy)의 어원은 그리스어 ‘집’이라는 ‘Oikos’와 규칙 혹은 관리라는 뜻의 ‘Nomos’가 합쳐진 오이코노미아(Oikonomia)이다. 즉 집안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게 경제인 것이다. 경제의 3주체가 가계, 기업, 정부이니, 이들 경제주체가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게 경제인 것이다.
서양에서 ‘경제’의 출발점은 개인이다. 사실 16세기 후반까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라는 단어는 가정관리인, 즉 집사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후 도시국가 등 여러 공동체로 확대되면서 ‘Political Economy’라는 용어로 쓰이다가, 18세기 들어 정치적 의미가 축소되면서 오늘날의 ‘경제’로 굳어진 것이다.
한편 동양에서는 오늘날 같은 경제의 개념이 없었다. 굳이 찾는다면 북송대 화진(華鎭)이 쓴 ‘악론(樂論)’에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문구를 들 수 있는데, 이를 줄여 쓴 것이 ‘경제(經濟)’이다. 이는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로 사실 국가 통치 개념에 가깝다. 서양의 Economy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러던 것을 일본의 계몽주의자 후쿠자와 유키치가 저서에 Economy를 경제(經濟)로 번역하면서 지금의 용어로 자리 잡았다.
경제에 관한 시각으로 볼 때 서양은 개인의 효율적 개념(집안 살림)에서 출발하였고, 동양은 나라를 다스리는 국가 통치 개념이었다. 그런데 요즘 실상은 어떠한가? 어디 경제와 관련이 없는 일이나 사물, 현상이 있는가? 그래서 사실상 개인, 국가를 넘어 모든 것에 대한 경제적 이유와 해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경제의 근간은 역시 사람이다. 올해 초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70대 인구(631만명)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대 인구(619만명)를 넘어섰다. 1인 가구 역시 70대가 가장 많았다. 인구구성의 세대역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유엔에서는 전체 인구에서 5명 중 1명이 노인(20%)인 경우 ‘초고령사회’라고 분류한다. 2023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973만명(19.0%)으로 전년에 비해 46만명 늘어난 데 반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5만명 줄어 3593만명(70.0%)이다. 이 추세라면 내년인 2025년에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 세계에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국가는 모두 22개국인데, 그중 2005년에 진입한 일본이 노인 인구 29.5%로 1위이지만 고령사회(14%)에서 초고령사회(20%)로 이행하는 속도만큼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2040년에 노인 비율이 34.4%, 2070년엔 46%가 될 것으로 추계했다. 대략 45년 후인 2070년엔 노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이고, 중위연령도 62.2세로 환갑을 넘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간 나이가 될 것이다.
경제의 근간인 사람의 구성비, 즉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는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고, 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유치원은 줄고 ‘노치원’이라고 불리는 주간보호센터가 늘어나고, 결혼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대체되고, 아기 기저귀시장을 성인용 기저귀시장이 이미 압도했다.
일본의 경우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노인들이 추억을 그리는 장소로 변했다. 이제 산업을 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주식시장에도 적응할 수 있다. 부동산을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주거안정과 재테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사람이 바뀌면 모든 게 다 바뀐다.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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