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독재국가 벗어나자”…살해당한 저격수의 ‘옥중편지’ 공개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2. 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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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한국과 같이 러시아도 독재를 탈피에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며, 희망섞인 편지를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는 지난해 9월에는 비판미디어 사업가인 크라실쉬칙에게 쓴 글에서 "한국과 대만이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활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이를 희망하고, 그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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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환경서 희망 메시지
케네디 딸과 편지 교환도
부인, EU외교장관회의 참석
“푸틴이 독극물로 남편 죽여”
美·EU, 대러 추가제재 논의
EU찾아간 나발니 부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장관회의에서 “남편을 죽인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연설을 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EPA = 연합뉴스]
“한국과 대만이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한 것처럼, 러시아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한국과 같이 러시아도 독재를 탈피에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며, 희망섞인 편지를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발니는 생애 마지막 몇 달간 주고받은 옥중서신을 통해 잔혹한 교도소 환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지인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그는 감옥생활에 대한 힘겨움을 토로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러시아의 미래를 낙관하는 희망적인 메세지도 잊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나발니는 최근 1년여 간 옥중생활 동안 44권의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미래를 준비했으며, 정치적인 의견과 주요 의제를 가다듬고 그의 측근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할 메시지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그는 옥중서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것 같다”고 전망하며 “정말 무섭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1968년 암살된 미국 정치인 로버트 캐네디의 딸인 케리 케네디와도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는 “로버트 캐네디의 연설에 담긴 ‘희망의 물결(ripple of hope)’이라는 문구를 언젠가 사무실 벽에 걸 수 있길 바란다”고 썼다.

나발니는 지난해 9월에는 비판미디어 사업가인 크라실쉬칙에게 쓴 글에서 “한국과 대만이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활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이를 희망하고, 그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내기도 했다.

나발니의 사망원인은 물론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푸틴이 3년간 고문 끝에 나발니를 죽였다”면서 “나발니는 부서질 수 없었고, 그것이 블라디미르 푸틴이 그를 죽인 이유”라고 분노했다. 그녀는 “그들은 지금도 시신을 숨기고, 그의 어머니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노비촉’의 흔적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 주장했다.

노비촉은 러시아어로 ‘새로운 자’라는 뜻으로, 197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생화학 무기 이름이다. 강력한 독극물로 사람이 노비촉에 노출될 경우 30초에서 2분사이 호흡곤란, 구토, 발작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해지면서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이미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그들(공화당)이 러시아 위협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멀어지는 모습, 우리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은 충격적일 뿐”이라며 “그는 나발니의 죽음이 지원안 통과와 관련해 변화를 주기를 희망하지만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U도 오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기를 맞아 제13차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이날 EU 외교장관 회의 뒤 성명을 통해 “EU는 협력자와 긴밀히 협업해 러시아 정치 지도부와 당국을 향한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전했다. 또 “EU는 러시아 야당 정치인 나발니 사망에 분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최종 책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에 있다”며 “러시아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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