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가자 공격 ‘홀로코스트’ 비유에 양국 외교 긴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사진)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하자 이스라엘 외교부가 주이스라엘 브라질 대사를 초치하고 브라질 정부가 그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19일(현지시간) 룰라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수교국에 파견되는 외교관·외교사절의 이력 등에 문제가 있을 때 접수국은 그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그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룰라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때까지 이스라엘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를 홀로코스트 박물관인 야드바셈으로 불러 룰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17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다른 어떤 역사적 순간들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사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죽이기로 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난 바 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대해 “룰라의 발언은 홀로코스트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유대민족과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해치려는 시도”라면서 “이는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주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셀소 아모림 브라질 대통령 외교특별고문은 이스라엘의 대응 방식에 대해 “이는 이스라엘의 고립을 심화할 뿐”이라며 “룰라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찾고 있고, 환영받지 못하는 건 이스라엘”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이 계속 운영될 것이기 때문에 대사 소환이 외교 관계의 영구적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발언과 관련해 사과나 철회를 할 뜻이 없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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