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세력 ‘빅텐트’…공약부터 인선까지 사사건건 충돌
제3지대 ‘빅텐트’를 쳤던 이낙연, 이준석 대표가 총선을 49일 남겨놓고 20일 각자도생의 길을 가기로 했다. 설 연휴 첫날 깜짝 통합을 발표하며 합당을 추진한 지 11일 만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치적 견해와 노선이 서로 다른 여러 5개 세력이 모여 총선 지휘권부터 정책공약, 당직자 인선까지 사사건건 대립하다 결국 갈등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이 이탈하는 등 시너지보다는 역효과가 더 컸다는 것.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이날 각각 합당 파기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이낙연 대표는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날 지우려 기획” vs “독재를 표결로 하나”
이들은 합당 직후부터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를 옹호했다며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입당을 공개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측은 주요 공약 등 정책방향을 두고도 부딪혀왔다. 개혁신당은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폐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이낙연 대표 측은 “정확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총선이 5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출마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책이든 선거 캠페인이든 빨리 결정돼야 하는데, 당직자를 누구를 세우느냐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로 계속해서 논의가 공전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입장이 서로 워낙 상반되다 보니 당의 구인난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를 보고 개혁신당으로 오려던 사람은 이낙연 대표가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 제갈길 가는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한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개혁신당이 잔류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생각과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 측과 거리를 둬왔다.
새로운미래는 기존 민주당 지지층 및 현역 의원 끌어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당원들과의 대화에서 “지금 민주당에 계신 동지 여러분도 우리들 노력에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며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했으니, (새로운미래 대신) 진짜 민주당에 걸맞은 이름이 없을지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개혁신당이 15일 지급받은 정당 경상보조금 6억 여 원은 기부금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반납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반납 규정이 없다면 전액 동결해 공개하고, 기부금 등 즉각 지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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