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1만6000원→668만원 ‘떡상’…쓰레기통에서 보물 찾았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2. 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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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오션클러스터
대구 껍질로 붕대 만들고
연어 껍질은 뼈 대체 활용
수산부산물 90% 넘게 써
한국은 활용도 19.5% 수준
한국의 한 수산시장에 올라온 대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출처=연합뉴스]
“아이슬란드는 한 마리에 단 12달러(약1만6000원)에 불과하던 대구의 부가가치를 5000달러(약668만 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대구의 뼈와 내장 등 버려지는 생선 부위를 화장품과 영양제 등으로 활용한 덕분입니다.”

알렉산드라 리퍼 아이슬란드오션클러스터(IOC)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에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4 수산부산물 국제포럼’에서 “우리가 어획하는 해산물의 머리와 껍질, 뼈, 내장 등 너무 많은 부분들이 버려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가치가 숨겨져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IOC는 아이슬란드의 수산 분야 창업기업의 보육과 육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2011년 설립돼 수산업과 바이오 기업간의 수요를 발굴 연결시켜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 등 흰살생선의 수산부산물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IOC는 역할을 수행하며, 별칭 ‘흰살 생산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오션클러스터하우스’란 창업기업 입주 공간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는 120여개 해양 스타트업들이 입주해있다.

20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주최로 ‘2024 수산부산물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사진 =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이 스타트업들은 수산부산물의 재발굴에 몰두 중이다. 리퍼 CEO는 “수산부산물이란 수산물의 포획·채취·양식 가공 등의 과정에서 기본 생산물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을 뜻한다”며 “수산부산물에는 칼슘이나 콜라겐 등 유용 성분이 많아 재활용 자원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가령 대구의 껍질은 의료용 붕대로 쓰인다. 입주기업 중 하나인 케레시스(Kerecis)란 곳은 감염이 일어나면 절단까지 초래할 수 있는 당뇨병성 발 상처 치료에 쓸 수 있는 의료용 붕대를 대구 껍질로 만들었다. 대구 껍질에는 염증 반응을 줄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물질이 있다. 이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케레시스는 제품의 유망성을 인정받아 덴마크의 다국적 의료기기 전문기업 콜로플라스트에 약13억달러(약1조7395억 원)로 지난해 인수됐다.

리퍼 CEO는 “IOC의 목표는 수산물 산업에서 낭비를 없애고 어패류의 모든 부분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0% 생선’ 프로그램을 아이슬란드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클러스터 협력과 혁신을 초진해 대구의 활용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아이슬란드오션클러스터(IOC)]
아이슬란드 해역의 대구 개체수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풍부한 어업 기회에도 아이슬란드의 연간 어획량은 1981년과 비교해 약 45% 감소했다. 반면 아이슬란드 대구 제품의 총 수출 가치는 기존보다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획한 대구의 수산부산물의 활용도를 높인 탓이다. 리퍼 CEO는 “과거에 대구 한 마리에서 필레 가격으로 12달러를 벌 수 있었다면 이제 5000달러를 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부가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의료용 붕대 외에도 화장품, 반려견 간식, 영양제, 생선껍질 의류 등 활용도를 빠른 시간 내 크게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리퍼 CEO는 “2018년 당시 대구 활용도는 80% 정도로 한마리 당 가치가 3000달러 정도였다”며 “연구개발을 통해 꾸준히 부가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산부산물의 가치를 알아본 나라는 아이슬란드 외에도 노르웨이가 있다. 노르웨이의 해양수산기업 ‘노피마’는 연어의 활용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바드 토마스 오스트뱅 노피마 해산물부서 책임자는 이날 행사에서 “연어 껍질에 있는 콜라겐을 추출해 골대체제용 소재로 개발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연어 머리와 뼈에서 추출한 단백질은 영양제로 개발하는 등 수산부산물을 활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가츠오부시제조업체 ‘가네도라’는 가다랑어부산물로 새로운 가츠오부시인 ‘가쓰오네리부시’를 개발에 뛰어들었다. 테라오 히도히데 가네도라 전무는 “기존에는 가다랑어 수산부산물은 긴조시켜 사료나 비료로 쓰였다”며 “부가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이를 새로운 가쓰오부시 형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각국 기업들이 수산부산물 제품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시장 역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수산부산물 시장은 지난해 337억 달러(약45조 원)로 집계된다. 2033년까지 연평균 5.6% 성장률을 보이며 648억 달러(약86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철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연평균 어업생산량 350만t이다. 이 중 3분의 1인 약 109만t의 수산부산물에 해당한다. 이 중 19.5% 정도만 사료나 바이오가스로 재활용되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이 낮은 수산부산물 재활용률을 2027년까지 3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월 ‘제1차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을 발표해 수산부산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총 1000억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수산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 분야 국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오운열 원장은 “수산물의 생산, 가공,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순환 경제 틀 속에서 관리하고 이를 생명공학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수산부산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산업소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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