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약속 사면’ 논란…‘대통령 사면권’ 제한 목소리
역대 정부마다 논란의 중심
윤 정부 들어 남용 지적 커져
사면 대상·자격 요건 강화
관련법 개정안 국회 발의돼
재판 결과에 불복하던 정·관계 인사들이 사면 심사를 1~2일 앞둔 시점에 돌연 입장을 바꿔 형을 확정받는다. 그리고 사면 대상에 포함돼 한참 남은 형기를 통째로 면제받는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설 명절 특별사면에 드러난 양상이다.
이처럼 사면 가능성을 예견한 듯 급하게 상고를 취하하거나 포기하고 사면을 받는 이른바 ‘약속 사면’ 논란은 과거 정부 때부터 이어진 문제다.
다만 이번 설 특별사면 무렵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정·관계 출신 피고인들의 ‘동시다발’ 상고 취하·포기는 유독 두드러진다.
사법권을 형해화하는 대통령의 제왕적 사면권 행사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95년 8월 김영삼 대통령 때도 ‘약속 사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면 대상에 올랐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상고를 취하한 지 7일 만에 사면된 탓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사면했는데 대다수가 특사 발표 직전 항소·상고를 포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특사에서 국정원의 불법 감청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신건·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사면했다. 신·임 전 원장 모두 대법원에 상고한 당일 곧바로 취하했다. 그리고 형을 확정받은 지 나흘 만에 사면을 받았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경향신문에 “사면심사위 진행 전 심사 대상자에게 심사 예정사실 등을 통지하는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면심사에 앞서 대상자들과 사전 교감 의혹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약속 사면’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사면법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 이유이다. 국회에는 사면법 개정안이 5건 발의돼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일정한 형기를 충족하지 않은 사람이나 대통령의 친족 등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 발의안은 이에 더해 특정범죄나 특정경제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을 제외하도록 했다.
법이 이렇게 개정되면 김관진 전 장관처럼 단 하루도 복역하지 않고 특사로 징역 2년을 면제받는 경우는 나올 수 없다.
일본은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이후, 무기징역은 10년 이후 사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덴마크는 행정부 장관 출신 인사에 대한 사면을 제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약속 사면’ 논란에 대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상고를 취하하는 형식을 취하긴 하지만, 엄밀히 보면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재판이 진행될 사안”이라면서 “진행 중인 사법 절차에 정부가 개입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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