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최악의 빈곤’ 아르헨…고압선 훔치다 감전사까지
[앵커]
지난해 말 밀레이 대통령이 새로 집권한 이후 아르헨티나의 경제난이 심화 되고 있습니다.
빈곤율이 60%에 근접하는 등 20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고, 1월 물가상승률도 20%대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안타까운 사고 알아보죠.
아르헨티나에서 고압선을 훔치려다 20대 청년이 감전사했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기자]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극심한 물가 상승으로 거리에 있는 전화선이나 전기선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일어난 도난사고 영상이 SNS에 퍼졌는데요, 옷이 거의 다 타서 벗겨지고 피부가 새카맣게 그을린 이 청년은 고압선을 훔치려다 감전됐습니다.
일부 피부는 극심한 화상을 입은 모습인데요,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들이 찍은 영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이 청년이 비틀거리면서 쇼크 상태로 걸어 나왔다고 합니다.
즉시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이틀 만에 결국, 숨졌습니다.
이 청년은 형과 함께 땅 밑에 묻혀 있는 고압선을 훔치려 했다는데요, 현지 언론은 이 같은 도난 사건이 늘어나면서 감전으로 인한 화상 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계속되는 물가상승과 불경기로 이런 도난 사고뿐 아니라 음식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기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의 무료 급식소에 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경제위기로 아르헨티나의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의 그림자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토레스/자원봉사자 : "처음에는 20가족 정도가 있었어요. 오늘은 70가족이 음식을 받으러 왔어요. 두려움과 배고픔이 커지고 있어요."]
[메르세데스 인사랄데/자원봉사자 :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너무 아프고 부끄럽습니다. 손주를 위해서 거리에서 싸워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황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음식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어린이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빈 냄비를 들고 음식을 얻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급식소가 붐비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특히 아이들이 굶고 있는 상황을 걱정했습니다.
[앵커]
아르헨티나는 특히 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물가가 뛰고 있는 건가요?
[기자]
아르헨티나의 1월 물가상승률이 최근 발표됐는데, 20.6%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의 25.5%보다는 상승세가 다소 둔화 되긴 했지만 여전히 20%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물가상승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품목은 개인 위생품으로 44% 이상으로 나타났고, 교통비는 26%, 통신비는 25%로 나타났습니다.
매달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서 연간 물가상승률은 2백 퍼센트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으로 간단한 생필품을 사려고 해도 페소 지폐 뭉치를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가운데 시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경제 조치 발표에 반발해 첫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는데요, 이어진 시위에서 최루탄과 고무탄 등에 내외신기자가 맞기도 했습니다.
[앵커]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 같은데요,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죠?
[기자]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57%가 넘어 20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인구 10명 중의 6명이 가난하다는 얘기인데, 인구수로 따지면 약 2천7백만 명이 가난하다는 겁니다.
카톨릭대학 UCA산하 아르헨티나 사회부채 관측소의 보고서를 인용한 현지 언론들은 빈곤율이 지난해 12월 49.5%에서 올해 1월 57.4%로 급등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면 안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적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러한 물가 급등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페소화를 대폭 평가 절하하고, 가격 통제를 없앤 여파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개혁을 감수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루이스 카푸토/아르헨티나 경제 장관 :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더 큰 조정을 의미합니다. 오늘도 이미 그 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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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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