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6415명 사직서…1630명은 병원 떠났다
정부, 831명에 업무개시명령
대전협, 5시간 회의 열고 ‘병원 밖 행동’ 논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6415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맞서고 있다.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6415명(55%)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전공의(1만3000여명)의 절반가량이 의사복을 벗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은 없지만, 1630명이 이미 근무지를 이탈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형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공의 이탈 행렬은 가속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220여명, 조선대병원 50여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160여명, 원광대병원 80명, 제주대병원 70여명 등도 이날 무단 결근했다.
19일까지 주요 10개 수련병원에서 출근하지 않은 831명이 정부로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업무개시명령을 받는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공의들도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복지부가 행정조치를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박단 대전협 회장과 더불어 각 수련병원을 대표하는 100여명이 ‘의사 가운’을 입고 참석했다. 회의는 5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장 출입을 위해 전공의들은 의사 사원증과 개인 신분증 확인 등을 거쳤다.
전공의들은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병원 밖 행동’을 논의했다. 박 회장은 회의 시작 전 “오늘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전공의 대표자들은 입을 꾹 닫은 채 회의장을 퇴장했다. 대전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와서 이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대전협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19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하루 동안 34건의 피해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병원 현장은 아수라장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수술을 기다렸던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됐다. 또 신규 입원 환자는 받지 않고 퇴원 예정 환자의 퇴원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한 병동은 ‘재원 환자 0명’으로 병상을 비웠고, 간호사들에게 불법으로 의사 업무를 전가하거나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요구하며 근무시간 변경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증원”이라며 기존 입장을 확고히 했다. 비상진료운영체계를 가동 중인 정부는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행위 및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민서영·김향미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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