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가구' 공적지원 더 줄어‥기초수급 3.5%뿐

조국현 2024. 2. 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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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2014년 2월 26일, 서울 송파의 한 지하 셋방에서 어머니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이 됐습니다.

'고맙고 죄송하다'는 편지와 밀린 공과금 70만 원, 이들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충격적으로 드러낸 송파 세 모녀 사건인데요.

이후 발굴시스템이 크게 바뀌었지만, 재작년 수원 세 모녀 사건, 지난달 태안 일가족 사건 등 비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가 지난해 발굴된 57만 명의 자료를 입수해서 그 이후를 추적해봤는데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된 비중은 그중 3.5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연속 기획, '송파 세 모녀‥그리고 10년' 첫 번째 순서로 발굴 이후의 지원 실태를 조국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시로 눈을 비비고, 땅을 내려보며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행인과 부딪힐 뻔한 위기도 여러 차례.

돈이 없어 수술을 미루는 사이 중증 백내장이 악화되면서 73살 김용 씨의 시력은 이제 실명을 우려할 정도가 됐습니다.

[김용/73세] "한두 달 안에 (수술) 안 하면 위험하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고령에 직업도 없이 혼자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김 씨에게 2백만 원이 넘는 수술비는 너무 큰돈.

[김용/73세] "돈만 있었으면 큰 걱정 안 하고 (수술)했을 텐데, 걱정을 많이 했죠."

기초 생활 의료급여를 알아봤지만 딸이 부양의무자로 등재돼 있는 김 씨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긴급복지도 해당 수술이 '시술'로 구분돼 있다는 이유로 거절.

구청과 보건소에도 호소해 봤지만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용/73세] "(구청은) 예산이 없어서 수술하고 난 후에 한 달 두 달 있다가 해줄 수 있다고… (보건소는) 40만 원까지만 지원해줄 수 있다고…"

결국 김 씨 사정을 안타까워 한 공무원이 민간 재단 7곳의 문을 두드린 뒤에야 가까스로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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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다 작년 유방암으로 실직해 기초생활 의료급여를 신청했던 여성은 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11년 전 이혼한 전 남편한테 금융정보 조회 자필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동사무소의 요구.

혹시 양육비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이 모 씨/기초생활 수급 신청(음성변조)] "'애기 아빠가 연락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그랬더니 '그러면 (지원) 못 받으세요' 이렇게…"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위기의 가구 발굴 체계를 대폭 개편했습니다.

위기 감지 지표는 18개에서 44개로 늘렸고, 이에 따라 발굴 건수는 2017년 29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10월까지 117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MBC는 지난 3년간의 정부 발굴 자료를 입수해, 지난해 1월부터 열 달 동안 지원 대상으로 분류된 57만 9천여 명의 발굴 이후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이중 생계·의료급여 등을 계속 받을 수 있어 '약자복지'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된 건 2만 3백 명, 3.5%에 불과했습니다.

2021년 4.3%, 22년 4.2%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세부적으로 생계급여 1만 8백 명, 의료급여는 1천2백 명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긴급복지 지원 2.7%, 차상위 0.9% 등 대표적인 공공복지의 혜택을 받은 건 1백 명 중 7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1회성, 단기 지원 성격의 민간단체에 연계된 채 종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위기의 가구에 대한 공적 안전망의 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

송파 세모녀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발굴 이후 지원으로 이어지는 더 촘촘한 복지 체계의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강종수 / 영상편집: 장예은 / 자료조사: 도윤선, 최은지 /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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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허원철, 강종수 / 영상편집: 장예은 / 자료조사: 도윤선, 최은지

조국현 기자(joj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2998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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