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영 마곡사업 2.3조 계약한 국민연금 엑시트 위기

정영희 기자 2024. 2. 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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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발생… 시행사 측 "계약해지 가능성 낮아"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개시된 태영건설의 1조6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업장 '원웨스트서울'(마곡CP4) 의 선매입 계약을 체결한 국민연금에 계약해지권이 발생했다. 지난주 대주단이 시행법인에 연 9.5% 이상의 신규 자금 금리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말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최대 규모 사업장에서 자금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대주단은 추가 공사비 마련을 위해 시행법인 측에 연 9.5%(수수료 1.0% 포함)의 대출 금리를 요구했다. 선매입을 전제로 3500억원가량을 투자한 국민연금은 계약해지권을 검토할 수 있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국민연금이 실제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사업자들의 기대이나 대주단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개발사업에 참여한 마곡 대형 복합시설 '원웨스트서울'(이하 '마곡CP4')은 선매입 계약을 체결한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계약해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때 태영건설은 2조원가량의 부실채권을 부담하게 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있다.

마곡CP4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인근 마이스(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인 CP4블록에 지하 7층~지상 11층, 연면적 약 46만㎡ 규모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개발사업이다. PF 대출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태영건설의 최대 PF 사업장이다. 당초 준공 예정일은 올해 하반기다.

지난달 해당 사업의 시행법인 '마곡CP4 PFV'는 55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과의 회의를 통해 37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마곡CP4 PFV(45.2%) 태영건설(29.9%) 이지스자산운용(19.9%) 메리츠증권(5.0%) 등이 출자해 시행법인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자금 조달 위기에 직면했다.

대주단과 태영건설은 당초 계약상 공정률 70% 시점부터 시공사가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해 준공 후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공정률이 80%를 넘은 현재 태영건설은 더이상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돼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대주단의 추가 출자가 불가피하다. 현재 남은 PF 대출 잔액 약 2000억원으로 남은 공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민연금, 2조3000억원 계약 중 3500억원 지급


마곡CP4를 선매입하기로 계약한 국민연금의 엑시트 가능성마저 제기되며 대주단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은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의 준공 조건부 선매입 계약을 체결, 두 차례에 걸쳐 3500억원 상당의 계약금을 지급했다.

통상 시공사의 워크아웃은 채권자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돼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대주단 측은 이미 투입한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국민연금의 선택 폭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계약금 반환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과정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마곡CP4 현장실사가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며 계약해지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국민연금의 잔금 납입일은 내년 1분기로 예정돼 있다. 준공 시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판단 하에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려던 대주단은 혼란에 빠졌다. 다만 PFV 측은 국민연금의 약정 해지설을 일축했다.

PFV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현장실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선매입 계약 취소의 목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공사 워크아웃이 발생 시 공정률이나 시공 품질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국민연금이 EOD 사유 발생 시 계약해지를 검토할 수 있지만 실제 해약을 전제로 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준공 후 예상 시세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입장에서 손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단이 제시한 금리에 대해 사업단이 과도한 처사라는 의견을 표명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주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사업단 측으로 공문을 보내 연 9.5%(수수료 1.0% 포함) 이상의 금리를 통보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의 기존 대출 금리가 3~6%대인 점을 고려해 대주단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마곡CP4 PFV는 대주단과 금리 인하 협의를 지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PFV를 구성하는 매수자 중 해제권을 행사하는 법인이 발생할 경우 대주단의 부담 범위가 커질 수 있다. 현재 모자란 공사비 3700억원이 추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태영건설은 1조8500억원가량의 채무이행금액을 떠안게 된다. 워크아웃은 중지되고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평균 3~4년이 소요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 기업이 정상화되는 데는 10년 안팎이 소요된다. 워크아웃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기업의 재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곡CP4의 자금 투입 향방에 따라 태영건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오는 23일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4000억원 지원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대주단 추가 출자와 함께 제3자 펀딩 가능성도 제시됐으나 세부사항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기업개선계획 결의를 위한 채권자 협의회는 오는 4월11일로 예정됐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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