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앞에서 필요한 건 기억과 애도”···코로나 희생자 추모 문화제

김세훈 기자 2024. 2.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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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희생자 유가족 마민지씨(왼쪽)가 20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열린 코로나 추모제 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우리가 오늘 애도를 위해 모인 것은 슬픔에 잠겨 있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찾기 위해서입니다”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20일 오후 7시 코로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 4주기를 맞아 코로나 희생자 유가족과 코로나 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상황을 책임져야 할 권력자들은 애도를 금지하고, ‘왜 과거에 머물러 있냐’면서 혐오를 부추긴다”면서 “애도를 지우려 할수록 책임은 희미해지고 재난과 참사는 반복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애도와 기억”이라고 말했다.

마민지씨는 코로나로 어머니를 잃었다. 마씨는 “어머니는 2021년 12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간 뒤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씨는 “이런 전대미문 전염병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면서 “정치권에 책임감 있는 대답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서로의 탓만 할 뿐 희생자를 애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코로나 사망자들을 어떻게 기억할지,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구치소에 구금 중이던 아버지를 집단감염으로 잃은 A씨는 행사에서 대독된 편지를 통해 “당시 아버지의 시신도 확인 못하고 화장을 진행했다”면서 “뒤늦게 사람이 너무 많아 구치소 내에 격리 시설이 운영되지 않았고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은 채 수용자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동부구치소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어떤 조사가 이뤄졌는지도, 어떤 사과도 들은 적 없다”면서 “우리 가족이 겪은 억울함과 무력감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고 정유엽군 아버지 정성재씨는 “유엽이 사망 4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면서 “그간 우리는 정부에게 유엽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유엽이의 죽음에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차 안에서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다”면서 “아직도 이런 의료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국장은 “코로나로 인한 장애인 사망률이 비장애인보다 6배가 높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코로나19 사망자 중 다수가 요양병원 및 시설에서 돌아가신 분들이었다”라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외침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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