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처질 수 있었는데" 새 주장 나성범 '첫 임무' 완수... KIA 1차 캠프, 혼란서 시작해 밝게 끝났다
KIA 선수단이 20일(한국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2차 캠프를 위해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열린 이번 스프링캠프는 3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진행됐으며, 체력 및 기술훈련에 중점을 뒀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자체 연습경기를 가지며 오키나와 캠프에서의 연습 경기 실전 돌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주장 나성범은 선수단을 대표해 "캠프지 날씨가 운동하기 매우 적합해 만족스러웠다. 선수들 모두 좋은 환경에서 집중하며 훈련을 소화했다. 3일 훈련 1일 휴식의 일정이었는데, 훈련일에는 운동에만 전념하고 휴식일에는 푹 쉬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식사나 잠자리도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생활하는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KIA는 지난달 30일 스프링캠프 출국 전 사령탑이 경질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최근 김종국(51) 전 감독은 검찰로부터 배임수재 혐의를 받아 조사를 받았다. 이를 구단에 보고하지 않았고 KIA는 이 사실을 25일 외부 제보를 통해 파악했다. 김 전 감독은 27일 면담 자리에서 조사를 받은 것을 시인했고 KIA 구단은 28일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구속 영장을 청구받은 사실은 여전히 보고하지 않았고 KIA는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한 29일 김 전 감독의 해임을 발표했다.
선수단이 출국하는 30일 오전, 김 전 감독은 장정석(51) 전 단장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 10시간 이후 구속 영장 자체는 기각됐으나, 이미 사상 초유의 감독 개인 비위로 인한 구속 위기의 여파가 선수단에 미친 상태였다. 하루 앞서 코치진과 출국한 진갑용 KIA 1군 수석코치는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선수단의 분위기는 한없이 어두웠다.
이때도 선수들을 다독인 건 주장 나성범이었다. 나성범은 출국 당시 인터뷰에서 " 다들 웃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분이 새로운 감독으로 오실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너무 동요되지 말고 준비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동요하는 선수단을 진정시키기 위해 KIA는 현재 선수단을 잘 알고 신망이 높은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KIA는 이범호 감독 선임 배경에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낯선 보직을 받아든 이범호 감독과 주장 나성범은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강도 높은 훈련은 풀타임 시즌을 치르기 위한 체력적인 기틀을 닦았고, 선수들을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나성범은 "캠프 첫 날 선수들에게 밝은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운동하자고 했다. 자칫 분위기가 처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분위기를 환기할 필요가 있었다"며 "다른 것 걱정하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자고 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트레이닝 파트와 전력분석 파트는 지난해 부상에 시달리고 올해 새로운 규정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단에 큰 도움이 됐다. 피치 클록 도입,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이번 시즌부터 KBO 리그에 도입될 새로운 규정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도 실시했다.
나성범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캠프 전 최고의 서비스로 선수들을 관리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컨디션 관리나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선수단 영양 관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심히 챙겨줬다"며 "전력분석 파트에서는 이번 시즌 바뀌는 규정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고, 해당 내용을 자료로 정리해줘서 선수들이 숙지할 수 있게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KIA는 21일 국내 귀국 후 이튿날인 22일 오키나와로 출국해 총 6번의 연습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나성범은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다가올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 한다. 앞으로 실전 위주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조금 더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자고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수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선수들간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 신경 쓸 것이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올해는 꼭 광주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캠프 남은 기간 동안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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