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산업’ 광업을 되살려야 한다
자원산업을 분류할 때 광물자원의 탐사, 탐광, 개발 등 전통적인 광업 분야를 ‘상류(up-stream)’라 하고 자원 처리, 판매 등 소재산업 분야를 ‘하류(down-stream)’라고 한다.
세계적인 에너지·광물 기업은 대부분 상류와 하류를 같이 갖고 있다. 특히 상류 부문의 이익이 하류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하류 부문을 모두 가진 기업이 없다. 비교적 수익이 낮은 하류 부문은 포스코, 고려아연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들이 있다. 반면 상류 부문인 광업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0.15%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상·하류 간 구조적 불균형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에 석탄 및 일반 광산이 활발히 가동되었다. 100여개의 광산에서 국내 금속광물 수요의 10~20%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광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금속광의 고갈 등으로 생산이 크게 위축되었고, 현재 국내 조달 비율은 5% 수준까지 하락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금속광물 자급률은 1.39%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가 쓰는 금속광물의 98.61%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화력발전과 제철 및 시멘트 산업용으로 쓰이는 유연탄과 원자력발전 원료인 우라늄은 100% 수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철(99.08%), 아연(99.95%), 납(99.51%) 등 금속광물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석회석 등 비금속광물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비금속광물의 자립도는 약 60%로 수요의 반 이상을 자급하고 있다. 가장 많이 매장된 광물은 석회석이다. 이외 장석, 규석, 납석, 고령토 등은 자급률이 80% 이상이다. 하지만 국내 광산업체의 80%가 매출액 5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자원 개발 핵심 기술은 점차 낙후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2023년 광물자원 매장량 현황에 따르면 국내 금속광산은 금, 구리, 연·아연, 철(티탄철), 은, 텅스텐, 몰리브덴, 망간, 안티몬 등 12개의 광종으로 전체 가채매장량은 1억480만t이다. 광산 수는 금 95개, 구리 27개, 연·아연 30개, 철(티탄철) 31개 등 총 233개다. 비금속광산은 석회석을 비롯해 19개의 광종으로 가채매장량은 13억4173만t이며 광산 수는 석회석 266개 등 총 870개이다.
경제의 급성장으로 광물 수요는 매년 증가하는데 비해, 국내 광업의 생산 원가는 상승하면서 경쟁력 역시 저하되고 있다. 더구나 고질적 악순환인 환경문제로 인한 인허가와 주민들의 민원 문제로 국내 광업은 갈수록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국내 자원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 광업은 세계 광물 가격이 급등할 때 가격의 충격을 흡수하고 국내 산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을 공급하는 최후의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광업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산업의 맥도 함께 끊어졌다. 그나마 국내 자급이 80% 정도인 비금속광물은 가공 정도에 따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석회석 원광은 t당 1만원 선이지만 이를 정밀화학 소재로 사용되는 경질 탄산칼슘으로 가공하면 t당 수십만원을, 화장품 등에 쓰이는 의약용 인산칼슘으로 가공하면 t당 1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해 국내 광업 기업들이 영세성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선순환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광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어야만 하는 필수 산업이다. 숨은 자원을 찾아내 이를 산업 동력으로 공급하는 광업이야말로 ‘미래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광업협회가 함께 힘을 모아 대한민국 광업을 다시 살리는 작업을 해주길 당부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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