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기이사 복귀 연기… 위기 속 컨트롤타워 부재 지속

이동수 2024. 2.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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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또다시 미뤄졌다.

검찰이 지난 8일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무죄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해 2심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경영상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이사 복귀는 이 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조기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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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깊어지는 ‘내우외환’
檢 항소에 주총 안건 포함 안 돼
5년째 ‘오너십 경영’ 어려워져
반도체 최악 실적·모바일 고전
2017년후 대형 M&A ‘올스톱’
전삼노, 임협 결렬 선언에 진통
이찬희 준감위장 “李, 복귀해야
재판 승복하는 문화 정착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또다시 미뤄졌다. 실적 부진, 노조리스크에 사법리스크 일부 재발 등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방향타를 쥔 ‘컨트롤타워’의 부재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일 공시를 통해 다음달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안건으론 △사외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지만, 이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이 회장이 아직 항소심 등이 남은 만큼 등기임원 복귀 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 8일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무죄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해 2심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경영상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이사 복귀는 이 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등기이사인 사내이사에 선임됐지만, 임기 중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2019년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위원회 3기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그간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무죄 선고 이후 ‘오너십 경영’을 펼칠 선결 조건으로 등기이사 재선임을 꼽았다. 삼성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고, 모바일경험(MX) 부문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애플에 1위를 내줬다. 초대형 인수합병(M&A)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올스톱’ 상태다.

‘노조리스크’도 격화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이날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예고했다. 전날엔 삼성 4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가 정식 출범했다. 초기업 노조 소속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조기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삼성생명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3기 준감위 첫 정례회의에 출석하면서 사견을 전제로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의미에서 등기이사로 빠른 시일 내 적정한 시점에 복귀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항소에 대해선 “재판은 게임처럼 승부를 가르는 것이 아니며 진실을 찾는 과정이다. 마지막에는 재판에 승복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야 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그룹 총수로서 미래 먹거리 육성과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 격으로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을 적극 활용해 대규모 M&A 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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