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 보고 용기 얻었어요"…20대 직장인 정신과 찾는 이유 [이슈+]
청년 4000명 중 절반 '우울 상태' 답해
정부·지자체 청년 '마음건강사업' 확대
"소신껏 행동 추세…지원 더 확대돼야"
"가끔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정상인가?' 싶을 때도 있고요."
얼마 전 서울의 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방송인 덱스(28)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볼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덱스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성격 및 스트레스·뇌파 검사를 받는 모습을 공개했고, 관련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6만회를 달성하며 관심을 모았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저런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냐", "친구들과 가서 한번 받아야겠다" 등 관심이 이어졌다.
자신의 정신 상태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청년들은 늘어나고 있다. SNS에서도 뇌파 검사를 비롯해 정신과를 찾아 '심리분석검사' 등을 받았다는 후기를 올린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뇌파검사는 뇌의 활동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데, 뇌의 건강 상태와 기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덱스의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직장인 최모 씨(28)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정신과를 찾아 10만원을 내고 뇌파검사를 받았다. 최씨는 "고된 직장 생활로 힘들어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막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정신과 상담을 받은 또래의 후기를 많이 찾아보고 '나도 받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정모 씨(26)도 이달 말 정신과 진료를 예약했다. 그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친구로부터 정신과 상담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의료진이 '지나가는 감기와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하더라"라며 "취업이 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돼 불안감을 느꼈는데, 용기를 내서 병원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몇 년 전만 해도 정말 심각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만 병원을 찾았다면, 요즘에는 불안정한 자신의 정신 상태를 검진받으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며 "숨기지 않는, 적극적인 청년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만 19∼34세 청년 4000명(남성 1984명·여성 2016명) 중 '우울한 상태'라고 답한 비율은 57.8%로 청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밝힌 비율은 13.2%, '최근 한 달간 사적으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비율은 16.4%였다.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도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해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서울시는 '청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의 상담 횟수를 늘리고, 모집 시기를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심리지원이 필요한 19∼39세 서울시 거주 청년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게 돕는 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뇌파검사 등에 대한 진단 금액은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50만원에 달한다. 비용 부담 때문에 검사를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청년 41.6%가 '최근 1년간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답했고, '병원비(진료비)를 쓰는 것이 아까워서(의료비 부담)'이 33.7%를 차지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전체 생활비에서 의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답한 비율은 40%다. 가장 시급한 정부의 청년 건강 정책 중 하나로는 '청년 심리상담 지원 확대'(28.9%)를 꼽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 세대는 본인의 성격이나 마음 상태를 잘 알고 싶어 하는데, 정신과 검사를 받는 청년들이 늘었다는 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는 이들 세대의 성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며 "전에만 해도 자신의 결점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였다면, 요즘엔 '극복하면 되잖아'식의 자신감이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직 청년들을 상대로 하는 마음 건강 지원사업은 노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앞으로 정신적으로 취약한 청년에 대한 지원 및 프로그램 등이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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