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안전해야 [최대환의 열쇠 말]

2024. 2.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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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앵커>

어릴 적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출발 전 안전 교육을 듣다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산소호흡기를 써야 할 때 아이나 노인보다 건장한 성인이 먼저 착용하라고 했던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승무원에게 왜 약한 사람부터 씌우지 않는지 물었는데요.

그 때 승무원 누나의 대답은, 이제 어른이 된 우리가 다 알고 있다시피, 우선 보호자가 안전해야 동승자를 지킬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지난달 경북 문경의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현장 소방대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화재와 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24명에 달하고, 부상을 입은 소방관은 46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4658명)

잇따른 희생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소방청은 올해 정책 추진 계획에 현장 소방관의 안전 확보 방안을 우선적으로 담았는데요.

무엇보다 대원들이 착용하는 보호 장비부터 확실히 뒷받침하기로 하고, 공기호흡기를 포함해 특수방화복, 헬멧 등 6종의 안전 기준을 선진국 우수장비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특히 현장 인력들의 오랜 요청을 반영해, 오는 2026년까지 약 1kg에 이르는 헬멧의 무게를 10% 줄이는 경량화 연구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또 대원들의 고립을 막아주는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장치를 확대 보급하고, 소방관의 생체 데이터 측정과 분석을 통한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화재나 자연재난 현장에서 고립돼 이제는 끝났구나 싶을 때, 나를 부르는 소방관의 목소리보다 더 귀하고 반가운 소리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우리를 구하기 위해선, 먼저 소방관 여러분이 안전해야 합니다.

현장 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계획이 부디 실효를 거두길 기대해봅니다.

정책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 말, '그대들이 안전해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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