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 날까지 선거구도 획정 못한 여야
국민의힘은 20일 현재 22대 총선 전국 지역구 253곳 중 164곳의 단수·우선공천 또는 경선을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8곳의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총선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 시작일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선거구는 오리무중이다. 여야는 총선 1년 전 지역구를 획정토록 한 공직선거법을 8개월째 위반하고 있다. 협상도 중단 상태다. 이러다간 선거일 39일 전에야 선거구가 정해져 21대 총선의 ‘늑장기록’을 경신할 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에서 인구 상한선을 넘은 6곳의 분구, 인구 하한선에 미달한 6곳의 합구, 구역조정 5곳, 경계조정 15곳 등을 제시했다. 지역구 32곳에서 변경 사유가 발생하면 최소 64곳, 즉 4곳 중 1곳 꼴로 경계선이 4년 전과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여야는 선거구가 어떻게 되건 말건 대진표 짜기에만 여념이 없으니 이런 무책임이 또 없다.
선거구 획정이 하염없이 미뤄지는 건 거대 양당이 이해득실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선거구획정위가 제시한 방안에 한 차례 의견을 낼 수 있고, 이를 반영한 획정위의 수정안이 확정된다. 획정위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강세지역인 서울 노원·경기 부천·전북에서 1석씩 줄어드는 것은 ‘여당 편향적’이라며 여당 우위인 서울 강남에서도 1석을 줄이는 재획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총선 41일 전인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처리하겠다지만, 만날 약속도 없이 손만 놓고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역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18대 선거일 47일 전에서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 등으로 계속 늦어졌다. 이번에는 이마저도 경신할 태세다. 해도 해도 너무 한 건 아닌가.
총선 선거구 획정은 차기 국회를 구성하는 출발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지연될수록 현역 의원들이 웃는다. 현역 의원에 비해 정견을 알릴 기회를 제한받는 정치 신인은 어디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명백한 불공정 경쟁이다. 더 큰 피해자는 후보자에 대한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받는 국민이다. 여야는 자신들이 만든 법도 지키지 않고, 유권자를 우롱하면서 대의 정치를 말할 자격이 있나. 더 이상의 직무유기를 중단하고 조속히 결론내야 한다. 차제에 국회 밖 기구를 통해 선거구 획정 시한을 강제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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